시인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문인기 시인이 사진시집 ‘유적에 핀 꽃’(책과나무 출판사)을 지난 5월 31일 출간했다.
5부로 구성한 문인기 시인의 첫 사진시집은 ‘유적에 핀 꽃’, ‘어느 나무의 일생’, ‘말하는 꽃이 되리라, ‘계절 그 존재의 의미’, ‘영원에서 영원으로’, 등 주옥같은 60여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문인기 시인의 시에는 시의 주제가 되었던 대상을 촬영해 사진들이 시와 함께 어우러져 독자가 화자가 되어 현장의 시심을 공감하도록 구성했다.
중부자와 살라띠까에 거주하는 문인기 시인은 2018년 제 20회재외동포 문학상에 생애 첫번째 공모로 대상을 받았다.
문단의 원로 신달자 시인은 문 시인의 시를 “문인기 시인의 시에서는 엉엉 울어도 시원치 않을 구절이 있다. 이를 억누르고 달래며 견디는 그의 감상적 눈물을 본다. 그리고 끝내 슬픈 눈으로 웃고 마는 그의 탁월한 절제력은 문학상 ‘대상’이라는 이름이 작아 보이기까지 한다. 심사위원 모두가 ‘대상’ 작으로 만장일치를 했으니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된다”고 평했다.
문인기 시인은 “이번 사진시집에는 자연과 소통, 생과 사, 넋두리가 아닌 내면의 진지한 통회, 생성과 소멸을 담아 내려는 작은 몸부림이 있었다”며 “SNS의 범람속에 많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떠내려 보내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소소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글로,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공감하는 분들과 나누기를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아침에 일찍 다녀간 비는
허물어져 가는 벽에서 눈물로 흐르고
슬픔의 한이라도 서린 듯
오래 닫힌 방에는 한 줄기 빛이 관통한다
비라도 오지 않았다면
시류로 메말라 가는 순례자로서는
슬픈 역사를 찾기보다는
풍상의 흔적을 벽돌에서 찾으리라
전쟁의 상흔인가
본래가 피색인가
비에 젖은 벽체는 피처럼 붉어도
창문은 한 폭의 캔버스가 되었다
아이비가 감아 덮는 유적
그 사각의 벽 정점에
별같이 모여 핀 보라색 꽃 무리
메마른 가슴의 눈으로도 알아본다
혹여나 유적의 내력을 들을까
보라색 짙은 꽃향기라도 뿜어낼까
카메라를 들고 다가간 순례자에게
꽃은 슬픈 눈으로 웃는다”
시집-유적에 핀 꽃-에서
사진시집 “유적에 핀꽃”은 깊은 영혼의 샘물로 솟아나는 생수같은 시로 수록된 문인기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 태복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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