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는 가운데 각종 미디어와 플랫폼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연결하고 있다. 신기루 같았던 기술력이 구현되며 개인 간 경험에 기반한 정보와 지식 등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그 중 하나가 글쓰기이다. 전문 작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글쓰기는 현재 각종 블로그와 카페, 포스타입, 브런치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
그동안 ‘감상’에 머물렀던 사용자들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펼쳐지는 공간을 바라보며 ‘어디 나도 한 번?’ 이라며 용기를 낸다. 인터넷 공간에 이미 꽃가루처럼 퍼진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글들에 익숙해진 이유도 있다.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은 글은 서적으로 출판되거나 유료화되기도 한다. 이렇게 ‘소소한 글쓰기’는 인터넷의 유행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인도네시아 재외동포 사회의 글쓰기 사랑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2월 22일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이하 재인니한인회)가 출간한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는 1920년 9월 20일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첫 한인인 장윤원 선생의 이야기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생활 등을 한 권의 책에 풀어내었다. 재인도네시아한인회 박재한 회장이 편찬위원장에, 각계의 한인들이 연구와 집필을 맡아 인도네시아서 정착한 선인들의 발자취를 연구하고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과 현지인들을 위한 <적도문학상>(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주최) <한글 사랑 디카시 공모전>(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과 한국 디카시 연구소 주최), <인터넷문학상>(한인니문화연구원 주최) 등의 공모전도 회를 거듭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의 집필위원이던 이영미 작가는 지난 4월, <제 43회 샘터상>과 <제3회 제주기독신춘문예>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그동안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한인들에게 한국에서 열리는 문학상의 진입 장벽은 높은 편이었다. 2019년 <제 4회 생태동화 공모전>에서 ‘맹꽁이의 집을 찾아 주세요’로 대상을 수상하며 아동문학가로 등단한 이영미 작가는 한인포스트 학생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자신의 글솜씨를 믿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제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내세울 것은 ‘끈기’와 ‘노력’뿐입니다. 전문가에게 글을 배우거나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더라도 너무 주변에 휩쓸리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혼자만의 사투입니다. 먼저 길을 걸어간 분들에게 배우되 자기만의 색깔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밝혔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은 219년부터 새로운 문학 장르인 ‘디카시’를 인도네시아에 전파하는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로, 자연이나 사물 사진 한장에 5줄 이내의 짧은 시로 전하려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뿐 아니라 한글을 배우고 한국문학에 관심이 있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디카시 공모전은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한 사진에 시구를 붙여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작품이 몰려 주최 의도를 더욱 빛낸다. 전세계인들에게 타격을 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지난해에는 5월 13일부터 6월 6일 까지 ‘함께 극복하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주제로 제 2회 디카시 공모전을 개최했다.
녹음이 짙어가는 5월이다. 한국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적도의 땅에서 뿌리를 내린 문학을 향한 열정의 꽃향기 가득한 화원을 이루기를, 문학을 매개로 한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의 문화 연대 역시 더욱 끈끈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