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의 확대가 코발트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가 2035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회사’로 변신을 선언하고 주요 업체들도 내연기관차 생산축소 흐름에 동참하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의 주재료인 코발트 수요가 크게 늘고 공급은 부진한 영향이다.
27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코발트 선물은 톤당 4만1250달러(약 4600만원)에 거래됐다. 2018년 12월 톤당 5만5000달러까지 오른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코발트 가격은 올해 들어 28%나 올랐다. 지난해 12월31일까지만 해도 3만달러 초반에 머물렀으나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전기차 시장 확대 선언에 힘입어 수직상승한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 판매량은 총 324만대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가 연간 20%나 감소한 상황에서도 전기차의 부상을 확실히 입증한 셈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34만대로 전체의 41%를 차지했고, 독일(39만대)과 미국(32만대), 프랑스(19만대)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5만2000대로 10위권을 유지했다.
EV볼륨즈는 당초 작년 11월 판매량(42만대)을 근거로 2021년 전기차 판매 대수를 450만대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12월 한달 동안 전기차 판매 대수가 59만대(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를 넘어선 것을 고려해 올해 예상치를 상향 조정키로 했다.
공급 독점에 가격 ↑…’脫 코발트 배터리’도 초기 단계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에 사용된다. 특히 양극재 부식 및 폭발 위험을 제어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구리와 니켈 광산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만큼 희소성이 높아 ‘하얀석유’로도 불린다. 가격도 전기차 배터리의 또다른 핵심 소재인 니켈의 2.5배 수준이다.
공급이 특정 국가에 몰리는 것도 가격상승세를 부추긴다. 세계 코발트 물량의 70% 가량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된다. 지난해 콩코가 코발트 시장에 대한 국가 독점을 강화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광산 운영이 중단되면서 공급량도 줄었다. 잦은 내전으로 최근 몇 년 간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발트 수요와 가격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영향력도 더욱 커졌다고 보도했다. 코발트 매장국이 아닌 중국이 주요 아프리카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광산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콩고 코발트 광산의 40% 이상을 이미 제어한 상태이며 지배력을 더욱 늘려가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달 초 콩고를 방문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콩고의 경제위기를 돕겠다며 2020년 말 만기 예정이던 콩고의 채무 일부를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WSJ은 중국 정부가 코발트 시장 지배를 위해 그만큼 콩고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기차 제조 업체들은 제각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아예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파나소닉과 제휴해 늦어도 3년 안에 코발트 없는 배터리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도 GM과 협업해 코발트 비중을 10% 아래로 내린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일본 혼다는 코발트 확보차 중국 최대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컨템퍼러리 앰퍼렉스 테크놀로지와 제휴를 맺었다.
다만 이러한 계획들이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신규 광산 개발에도 최소 7년이 소요되는 만큼 코발트 몸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WSJ은 현재 호주와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신규 코발트 광산 개발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실제 시장 공급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며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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