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26, 2014)
한여름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시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이 쓴 시 ‘증문'(憎蚊 얄미운 모기)에는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코 골며 잘 수 있지만 모기 소리 귓가에 들려오면 간담이 서늘하단다’, ‘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이미 가고 없어’ 등 모기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자세하게 묘사됐습니다.
- 다산 정약용 증문 (憎蚊 얄미운 모기)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베 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어느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머리처럼 돼버리고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년과 맞먹는다네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 배우는 일이요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 말가
생각하면 그 옛날 대유사에서 교서할 때는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줄서 있고
유월에도 파리마저 꼼짝을 못했기에
대자리에서 편히 쉬며 매미소리 들었는데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한편 ‘증문’은 모기를 소재로 세태를 꼬집은 작품입니다.
호랑이와 뱀 같은 거대 권력의 횡포에는 화를 내지 못하지만 모기같이 말단 관리 횡포에는 크게 분노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소시민적인 모습을 자책하는 내용인데요.
또 ‘모기야 모기야 얄미운 모기야,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라는 부분은 여름밤 시종일관 물어대는 모기를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에 빗대 꾸짖은 것입니다.
다산은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라며 결국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