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이야기 18] ‘메타 뷰잉’ 혹은 ‘미래의 자신 보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했지요? 어떤 장면이 머리에 남아 있나요?”
“글쎄요.”
“나는 가끔 그 장면이 생각나요. 키팅 선생이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책상 위에 올라서서 교실 전체를 내려다 보게 하던 장면.”
“아, 예. 생각납니다. 떠나는 키팅 선생을 위해 학생들이, 하나 둘 마침내 모두, 책상 위에 올라서던 마지막 장면두요.”
“지금 직원들 앞에서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코치가 시켰다고 하구요, 하하.”
“글쎄요, 그거 무슨 코칭인지, 그만 두라고 하지 않을까요? 하하.”
“오늘 김 상무 마음에 걸린다던 문제, 책상 위에 서서 내려다 보면 어떨 것 같나요?”
“… …”

이야기를 더 발전시켜, 고객의 눈을 감게 하고,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투명한 엘리베이터같은 것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연상하도록 주문했다. 10 미터, 100 미터, 1,000 미터, 10,000 미터…

“자! 지금은 무엇이 보이나요?” “어떤 느낌이 드나요?” 고도가 바뀌는 장면에서 코치의 질문. 다 끝나면 점차 고도를 낮추는 단계를 밟아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자신이 이 코칭의 고객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한번 상상을 전개해 보시라. 여러분이 가진 현안 문제를 1,000 미터 상공에서 내려다 보면 어떤 솔루션이 보일까? 10,000 미터 상공이라면? 골치 썩이던 문제에 대한 멋진 솔루션이 해외출장의 비행기 속에서 떠오르던 경험을 해본 분은 혹 없는지?

이 방법은 ‘메타 뷰잉(meta viewing)’ 이라는 코칭의 한 기법이다. 코칭의 효과는 고객이 이 과정을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수행하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이 역시 코치와 고객이 얼마나 신뢰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른다고 하겠다.

‘메타뷰잉’이 현안 문제 해결을 추구하려는 코칭의 공간(空間) 여행이라면, 코칭 중에는 시간(時間) 여행도 있다. 미래의 자신(Future Self)을 만나보러 20년, 30년 뒤로 떠나는 미래 시간으로의 여행 말이다.

10 여 년 전일 것이다. 약학박사 학위를 받고 식약청에 둥지를 텄다고 내게 신고했던 내 코칭 고객 ‘윤마눌엄마연구왕여사’가, 그로부터 3 년쯤 지난 어느 날, 느닷없이 내 Facebook 홈에 글을 올렸다. 오는 4월 자신이 그처럼 가고 싶어하던 세계 최고의 신약 연구소인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 포닥[Post Doctoral 과정]으로 가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한시 바삐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긴 이름의 주인공은 내가 코칭 과정 중에 ‘미래의 자신(Future Self)’ 투영 기법을 사용하여 큰 효과를 얻었던 나의 모범 고객 중 하나이다. 코칭 당시 윤 양은 박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 심사도 끝나, 학위 수여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전도 양양한 약학도였는데, 남들 생각과는 달리, 학위 획득을 기뻐하고 미래 설계에 부풀어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회의에 빠져 들게 되어 내게 코칭을 받고 있었다.

학위는 곧 받게 되겠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었다. 남들 다 하는 연애도 한번 못 해보고, 간난아기 안고 동창회에 나오는 친구들 부러운 것도 참고, 박사 과정에만 매달렸었다. 그때는 몰랐었는데, 이제 다 끝났다 생각하니 맥이 풀린다는 것이었다. 학교에 남아 교수들, 대학원생들과 씨름하는 생활이 계속되는 것도 신물이 나고, 설령 잘 나가는 제약회사 연구실에 취직되어 신약개발에 투입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임상(臨床)은 의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어, 풋내기 약학박사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못한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약학박사도 신약 발명가도 아닌, 사랑 받는 아내, 사랑하는 아이들의 엄마였다는 것이었다.

코칭 과정 중 어느 날, 나는 그녀를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 함께 20년 뒤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미래의 그녀-그녀의 Future Self’를 찾아 가 보았다.

그녀에게 방금 만나고 있는 자신의 Future Self 에 이름을 붙이라고 요청하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마눌엄마연구왕여사’라는 긴 이름을 생각해 내었다.

“그런데 그 ‘마눌엄마연구왕여사’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음~ (잠시 침묵) 아! 파스퇴르 연구소요. 빠리의 파스퇴르 연구소 한 연구실에서 창 밖의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18이윽고 현실로 돌아온 우리는 함께 책무를 정했다. 그녀가 책무를 선택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녀도 자신이 어떻게 파스퇴르 연구소를 생각해 내었는지 신기해 하였다. 프랑스 대사관 과학참사관을 접촉하고, 파스퇴르 연구소에 자기소개서와 학위 논문을 보내고 포스닥 과정을 신청하였다.

가슴 졸이는 몇 주의 기다림 뒤, 믿기지 않는 포닥 과정 잠정 승인을 얻었었는데… 당시 갑자기 닥친 유럽의 금융 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연구소의 외화 예산 부족으로, 외국인 포닥 영입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할 수 밖에 없다는 통보였다.

하는 수 없이 국내에서 직장을 찾았다. 식약청은 그렇게 해서 찾은 그녀의 직장이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이제 파스퇴르 연구소 행(行)의 꿈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라니.

그녀가 기쁜 만큼, 나도 기뻤다.

“혹시 우리 연구왕 여사, 파란 눈의 연구원하고 결혼해서, 금발에 백설 같은 피부, 꿈 꾸는 듯한 녹색 눈동자 가진 아기 낳아 안고 귀국하는 거 아냐?”

내가 짓궂게 놀리자 윤 양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와는 다른 또한 오래된 이야기로, 언젠가 울산의 SKC 공장을 다녀온 때의 일이다.

울산 SKC 공장은 늘 내게 감미로운 추억을 일깨우는 곳이다. 이 공장은 1986년부터 1990년 사이에 당시 우리 팀의 동료들과 함께 내가 무(無)에서 창조해낸 공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산을 깎아 공장 부지를 만들고 거기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연산 10만 톤 규모의 대형 프로필렌 옥사이드 공장의 위용(偉容)을 만들어 세운 것도 그러했지만, 우리가 유치하려고 애썼던 세계 최고의 기술선이자 합작선인 미국의 아코 케미칼(ARCO Chemical) 콧대는 또 얼마나 높았던가? 몇 번이나 삐긋거리며 와해될 뻔하던 합작 사업의 위기를 지혜와 끈기, 사명감으로 마침내 극복하였던 감회가 오늘에 새롭다.

내가 방문하던 그해 초 SKC 승진 인사를 통하여 이 공장에 새로운 공장장이 선임 되었다. 당시 SKC를 방문하는 감회가 특별하였던 것은, 내가 재임 초 인터뷰 하여 뽑아 아끼던 신입 사원 중 하나가 어느덧 성장하여,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막중한 책임을 맡은, 공장장으로 취임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금년에는 회사의 경영방침을 따라, 공장에서도 소통의 리더십을 뿌리내리려 한다고, 그런 제목으로 강의를 부탁하기에 쾌히 승낙했다.

두 시간의 워크숍이 끝나고 참여했던 간부 사원들과 회식 장소에 가기 위해 공장장과 함께 승용차에 올랐을 때였다.

단 둘만이 되자 공장장이 작업복 주머니를 더듬더니 서류 한 장을 꺼내 건네었다.

“부사장님,”

공장장이 잠시 말을 끊었다. 이들은 아직도 나를 부사장이라는 칭호로 부른다. 이 호칭이 센티멘탈리스트인 내게는 마치 그들이 언제까지나 내가 떠나던 때를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이 사명서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 않고 그의 사명서를 펼쳤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1999년 내가 그들의 부사장 자리에서 은퇴하여 SK 아카데미 교수로 부임, 봉직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에게 대한 내 마지막 봉사라는 뜻에서 공장의 젊은 간부 직원들에게 7 Habits[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열강(熱講)했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왔다. 공장장은 그때의 워크숍 과정을 통해 ‘미래의 자신’을 만나고, 이에 따라 작성한 사명서를 지켜 준행하며, 이제 여기까지 이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자랑스러운 만큼, 나도 자랑스러웠다.

공장장도 아마 내 눈가에 잠시 이슬이 비치는 것을 느꼈을 것이었다.

“이건 내가 보관하도록 하지.”
“네.”

우리는 어눌한 짧은 대화를 서둘러 마쳤고, 나는 그의 사명서를 애써 반듯하게 접어 안주머니에 넣었다.

꼭 ‘시크렛’의 ‘끌어당김 법칙’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꿈은 이루어진다’.
‘메타 뷰잉’, 나아가 ‘미래의 자신’ 등을 작동시키는 코칭의 기제를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코칭을 통해, 또한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마도 내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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