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경청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강력한 질문이 되기도 하는 경우를 앞에서 들었지만, 침묵은 때로 강한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상응부경전’이라는 인도 초기 경전에 등장하는 고행자(苦行者) 바챠고타의 이야기를 읽어 보자.
그가 고타마 존자(尊者)를 찾아가 절하여 뵙고 물었다.
“고타마 현자(賢者)이시여, 내게 말씀해 주십시오. 자아(自我-self)라는 것이 존재합니까?” 고타마 존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신께서는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존자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마침내 바챠고타는 떠났다.
질문하는 바챠고타를 연민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고타마 존자를 눈 앞에 그려보시라. 이 대목은 ‘우레와 같은 침묵’, ‘뭇 짐승의 뇌를 찢는 사자후’라는 찬탄을 받는 고타마 존자의 자비로운 메시징 장면이다.
코칭을 받는 대상인 고객이 스스로 주제에 접근하지 못하여 헤매거나, 또는 주제를 찾기는 찾았으나 그 솔루션을 찾는 과정에서 자기기만의 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 코치는 고객을 도와주기 위하여 간결하고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 고객의 사고 전개 과정에 개입하게 되는데, 이를 메시징 또는 피드백이라고 부른다.
코칭의 전 과정은 사실 상 올바른 메시징 또는 피드백을 위하여 설계되고 존재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과정은 중요하다. 코치가 코칭을 시작한 이래 여러 전(前) 단계를 통하여 고객과의 사이에 만들어 놓은 연결과 신뢰 관계를 활용하여, 마침내 그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개입[intrude]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메시징을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법칙이 있다.
첫째로 메시징은 절대로 고객과의 신뢰관계 형성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형성되었을 때만 사용 가능한 기법이라는 것이다.
둘째 메시징을 하는 코치의 에고가 개입되지 않는[egoless]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코치가 메시징 기법을 사용하여 개입할 때에는 철저히 자신의 아젠다를 놓아버리고 상대방의 아젠다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메시징에 사용하는 언어를 중립적으로 유지하라는 주문도 이와 연관되는 것인데, 코치의 예단(豫斷), 충고 등을 절대로 하지 않는 가치 중립성을 언어 표현 속에 유지하라는 것이다.
셋째 자신이 제기한 메시징을 고객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도 이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니, 자신의 직관이 고객에게 공명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 느껴지면 선선히 그 직관에 의한 메시지를 거두어들여야 한다.
하나 더 추가 한다면, 메시징을 하고자 할 때는 가급적 고객에 대한 인정, 칭찬을 선행시키라는 것이다. 이것은 첫 번째 래포[Rapport] 형성과도 일맥 상통하지만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객의 마음의 빗장을 풀어 마음 속의 작은 울림 현상까지도 지각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나 부하를 꾸짖는 경우에도 이를 늘 상기하면 효과성이 높아지는데, 한 마디로 아이들이나 부하를 개선시키고 육성시키려는 충정[衷情]에 조금이라도 다른 의도가 섞인다면 절대로 꾸짖기를 시도하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된다.
코칭에서 가끔 사용하는 뜬금없는 질문인 성찰 질문 역시 강력한 메시징인데, 이에 대하여 알아보자.
누구라고 이름을 대면 알만한 잘 알려진 전문코치가 미국에서 열린 국제코치 연례대회에 참석하였을 때라고 한다. 마침 참석을 등록한 세미나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마스터 코치와의 코칭 시연(試演)이 있어서 본인이 자원하여 코칭을 받게 되었다.
젊은 코치였기에 좀 무리하여, 강의, 코칭, 사업계획 수립, 신규 고객확보 등 여러 가지 일이 겹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기였으므로, 마스터 코치의 코칭을 받으면 일의 우선 순위가 잘 정리될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코칭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것이 귀국하는 비행기 속에서도, 귀국 이후에도 계속하여 머릿속을 감돌았다고 한다.
“당신은 누구의 삶을 살고 있습니까?”
성찰질문[Inquiry]은 꼭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고객의 내면에 메아리를 일으킨 것으로 그 소임을 다 하는 질문이기에 강력한 메시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경영자를 위한 코칭 이야기로 돌아와서, 요즘은 많이 변화하였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아직도 쿨한 피드백을 활용하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문화가 아무래도 낯설다면 아직 우리 기업이 발전하는 조직[Learning Organization] 이라 자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성장하면서 값싼 노동력 위주가 아니라 현지인력의 주인의식, 두뇌활용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이미 대두되어 있는 명제라고 들었다.
피드백을 자주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인식하는 현지인들의 성향에 맞는 피드백 방법을 강의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얼마 전에 시행한 H 그룹의 워크숍에서, 세계적 컨설턴트인 Scott Halford 의 ‘생산적인 피드백을 위한 다섯가지 단계’를 인용하였던 것이 기억나기에 참고 자료 삼아 아래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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