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대한 전략적 사고

지난 8일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베트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지금은 필리핀 ASEAN+3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 중이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아세안 방문이다.

문재인정부가 동남아에 대해 보다 장기적.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를 기대하면서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를 살펴본다. 첫째, 아세안의 경제적 중요성이다. 아세안은 이제 중국과 함께 한국의 최대 경제 파트너가 되었다.

아세안과의 교역, 투자, 인적교류, 건설시장, 자원 협력 등 분야별 통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필자는 동남아의 잠재력으로 지역통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2015년 경제공동체를 공식 발족하고 2025년까지 통합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편, 일본 중국 인도 등은 아세안 통합을 타 지역으로 확대할(beyond ASEAN)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이 아세안-인도 경제적 연결을, 중국은 중국(남부)-아세안 경제적 연결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까지 중국 쿤밍-라오스 철도 건설을 완료하고 싱가포르까지 그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역통합은 성과를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도-동남아 건설시장이 세계 최대로 부상하고 있고, 일본(중국)-아세안-인도 경제를 연결하는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 일본 인도 등 이웃에 있는 세계 최대 경제권과의 연계(connectivity)를 강화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대규모 해외직접투자(FDI)가 아세안에 유입되고 있으며, IMF는 2020년 아세안이 세계 5대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전략거점 마련하고 지역통합 전략 세워야한국은 아세안에 전략적 거점을 마련하고, 다양한 지역 통합에 참여해 우리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와 같이 국별(國別) 기업전략이나 정부정책에 머무르지 말고 지역(통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동남아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아세안은 과거 남북한 소통의 중요한 채널이었으나, 한국이 북한 압박 전략을 추구하면서부터 아세안 카드를 버렸다.

우리가 다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려고 한다면 여전히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세안 채널을 재가동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기업인은 과거 남북한 및 인니 3각 경제협력 방식을 제안한 적도 있다. 한편, 한반도와 동남아는 미중 전략경쟁의 최대 각축장이 되고 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트럼프의 금번 아시아 순방의 최대 의제로 첫째, 북한 핵문제, 둘째 ‘인도-태평양 전략’을 꼽았다. 실제 동남아는 중국 해양 실크로드 전략의 출발점이자, 미국의 전략관련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 지리적 연결고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한국이 미중 관계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남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조그마한 정세 변화도 놓쳐서 안된다. 동남아 사람들이 북한 핵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미중 관계 변화를 탐지하기 위해서이다.셋째, 아세안의 사회·문화적 가치이다.

연간 600만명의 한국인이 아세안을 찾는다. 동남아 관련 방송, 국제결혼, 한국에 있는 아세안 거주자 및 노동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아세안 사람들도 한국을 좋아한다. 한류, 한국 음식 저변 확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한국을 아시아 민주화의 모범사례로 생각하고 있다.

몇 백만 명의 민중시위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고, 대통령과 재벌기업 총수까지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한국의 민주화에 매료되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망라한 종합전략을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를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 아세안 전략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가 망라된 종합 전략이어야 한다.

경제 위주의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일본이 그동안 많은 돈을 아세안에 쏟았지만 아세안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둘째, 아세안에 대한 미사여구 외교를 끝내야 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 아세안을 다시 방문해 아세안에 대해, 또한 우리 국내적으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정부 내 산만하게 분산되어 있는 아세안 업무 조직의 재정비도 시급하다.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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