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군, 호르무즈 봉쇄절차 즉각시작”…이란에 맞서 逆봉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기뢰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용해야 할 해협 내 대체 항로를 발표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타스 등 외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내 라라크 섬 인근 해역을 지나는 두 가지 대체 항로를 제시했다.

이란과 협상 결렬되자 고강도 對이란 압박 조치 발표…해협 긴장 고조
“이란에 통행료 지불 선박 색출 지시…통행료 내면 안전항해 못할 것”
“이란이 설치한 기뢰 파괴도 시작…해협 봉쇄에 다른 국가도 관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1차 종전협상이 결렬된 뒤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을 미 해군력을 동원해 봉쇄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임을 선언하면서 미-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는 닷새 만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세계 최강인 미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오거나 떠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하는 절차를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에 맞선 ‘역(逆) 봉쇄’를 선언한 것이다.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이 통제함으로써 이란의 원유 수출로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어서, 앞으로 미국과 이란 간에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협상은 잘 진행됐고 대부분 사항이 합의됐지만 유일하게 정말 중요한 사항인 핵은 그렇지 못했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이어 “언젠가는 우리는 ‘모든 선박의 출입을 허용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지만, 이란은 오직 자신들만 알고 있는 ‘어딘가에 지뢰(기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마디로 이를 차단해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는 세계에 대한 갈취이며, 각국 지도자들, 특히 미국은 결코 갈취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 해군에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한 모든 선박을 공해에서 찾아내 차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불법 통행료를 지불한 누구든 공해상에서 안전한 항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전날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이란과의 밤샘 마라톤 종전 협상이 ‘노딜’로 마무리된 이후에 나왔다.

[그래픽] 미국·이란 종전협상 결렬(종합)

이란의 가장 강력한 협상 지렛대가 전세계 석유·가스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이고,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전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주자 아예 미국 군사력을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이는 올해 초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군사작전을 벌이기 전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로를 봉쇄한 것과 비슷한 조처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아 안 그래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악화한 이란 경제에 추가 타격을 주고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한편, 러시아나 중국 등 이란을 지원하는 국가들의 물자 공급로까지 원천 봉쇄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는 이란이 해협에 설치한 기뢰를 파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나 평화로운 선박을 향해 발포하면 어떤 이란인이든 완전히 날려버릴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날 미 중부사령부가 USS 프랭크 E. 피터슨함과 USS 마이클 머피함을 투입,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서 이란이 설치한 기뢰 제거 작업을 시작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는 곧 시작될 것이다. 다른 국가도 이 봉쇄에 관여할 것”이라며 “이란은 이러한 불법 갈취 행위로 이득을 얻는 것을 허용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그들은 돈을 원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 핵을 원한다”며 “게다가 적절한 시기에 우리는 완전히 군사공격이 준비되고 우리 군은 이란에 남은 작은 것들을 완전히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고의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는 전 세계 많은 사람과 국가의 불안과 혼란, 고통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은 해군과 그들의 기뢰부설함 대부분이 파괴됐음에도 해상에 기뢰를 설치했다고 말한다. 그랬다 하더라도 어떤 선주가 위험을 감수하길 원하겠나”라며 “그들이 약속했듯이 이 공해를 빨리 개방하는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해상봉쇄 자체가 중대한 군사행동이라는 점에서 가뜩이나 위태로운 휴전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상봉쇄는 전시 또는 준전시 상황에서 해군을 동원해 적국의 군함이나 상선의 통행을 차단함으로써 적국의 보급로를 끊는 조치여서 당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그것을 ‘전쟁행위’로 간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란도 강경 기조…강대강 대치시 전쟁장기화·국제경제 타격 가능성

이란은 이에 맞서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매체인 세파뉴스에 따르면 IRGC 해군 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 당국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다”며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그들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호르무즈 봉쇄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카드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군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실행될 경우 휴전 붕괴와 그에 따른 중동 상황의 추가 악화, 더 나아가 전쟁의 장기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행키 위해 해협으로 접근할 미 군함 등에 대해 이란이 공격에 나서고, 미국이 재반격에 나설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악화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리스크도 작지 않을 수 있다.

미군의 해협 봉쇄는 이란의 원유 수출 및 물자 조달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하고자 하는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고육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위기’를 ‘더 큰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돌파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최대 압박’의 협상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이번 호르무즈 봉쇄 언급은 ‘2주 휴전’과 함께 합의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란에 대한 분노 표출이자, 조속히 해협을 개방하라는 고강도 압박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봉쇄를 예고한 SNS 글 이후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협 봉쇄의 실행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봉쇄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때까지 ‘외교의 공간’이 남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협약)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한국 인도네시아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