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쓰레기 산,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자카르타 홍수로 발생된 쓰레기

JIKS 11 / 권하연

인도네시아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힌다. 발리의 푸른 해변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신 백사장으로 유명하며, 이곳에서 감상하는 일몰은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인도네시아의 코모도섬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모도왕도마뱀이 서식하는 곳으로, 이국적인 생태계와 웅장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로부두르 사원은 9세기에 세워진 거대한 불교 유적으로, 정교한 부조와 웅장한 구조로 방문객들을 매료시킨다.

수마트라섬과 칼리만탄섬의 울창한 열대우림은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 자연의 신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천혜의 환경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매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관광업을 통해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특히 쓰레기 문제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유명 관광지와 대도시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채 매립지로 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환경 오염과 인류 건강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점차 쓰레기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매일 수천 톤의 쓰레기가 배출되며, 그중 상당수가 적절한 처리 없이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진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쓰레기 매립지인 반타르 게방(Bantar Gebang)은 끝없이 쌓여가는 쓰레기로 인해 ‘쓰레기 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현재 반타르 게방에는 100헥타르(축구장 140개 크기)에 달하는 쓰레기가 쌓여 있으며, 매일 7,000톤 이상의 폐기물이 추가로 유입되고 있다.

이 쓰레기의 상당수는 플라스틱으로, 일부는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타르 게방의 쓰레기 산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쓰레기 밭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쓰레기 산의 몸집이 커지는 속도는 쓰레기 처리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으며, 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가운데 문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반타르 게방과 같은 쓰레기 매립지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쓰레기를 뒤지며 생계를 이어간다. 이들은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금속, 종이 등을 찾아 되팔아 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 방식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쓰레기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오염된 물, 곰팡이와 세균은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며, 호흡기 질환, 피부 질환, 심지어 암과 같은 중증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들은 이러한 환경에 더욱 취약하다.

쓰레기 산 근처의 대기질은 매우 나쁘며, 유기성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폭발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2005년 인도네시아 레우윌리앙(Leuwigajah) 지역의 쓰레기 산이 폭발하며 산사태가 발생해 14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쓰레기 관리의 부실함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쓰레기 산은 심각한 환경 문제도 야기한다. 첫째, 대량의 메탄가스 배출로 인해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훨씬 강한 기체로, 쓰레기가 썩으면서 다량 방출된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며,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쓰레기 산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는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 이 침출수에는 중금속, 화학물질, 미세 플라스틱 등이 포함되어 있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주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준다.

또한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강과 해양을 통한 쓰레기 유출이 중국 다음으로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쓰레기 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쓰레기 재활용 및 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쓰레기 매립지를 줄이기 위해 소각시설과 현대적인 폐기물 처리 시설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일, 스웨덴 등 폐기물 처리 선진국들은 쓰레기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역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다. 개인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생활화하며,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환경 단체는 적극적인 교육과 캠페인을 펼쳐야 하며, 기업들도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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