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도시, 자카르타의 숨막히는 일상

JAKARTA ganjil-genap 홀짝제 25개 도로.2023.1

AIS Y12 / 이예령

매일 아침, 나는 알람 시간보다 더 일찍 눈을 뜬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깨는 이유는 단 하나, 오늘도 지각하지 않으려면 자카르타의 교통체증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지만, 도로에 발을 들이는 순간 ‘거리’라는 개념은 의미를 잃는다. 목적지보다 차 안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이 도시에서, 우리는 매일 도로 위에 갇혀 산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이자 수많은 이들이 꿈을 꾸는 도시지만, 대중교통 현실만큼은 그 꿈과는 거리가 멀다.

버스는 언제 올지 알 수 없고, 정류장은 멀기만 하다. MRT와 KRL은 비교적 새롭고 깨끗하지만, 내 집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다. 걷기조차 힘든 보행 환경 속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이 아니라 ‘포기’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교통 체증 완화를 위해 ‘홀짝 2부제’를 도입했다. 차량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운행이 제한되는 제도다.

처음엔 기대가 있었다. 적어도 출근길과 등교길이 덜 막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 번째 차량을 구매하거나 번호판을 바꾸는 식으로 우회했고, 오히려 교통량은 특정 도로로 몰리며 더 혼잡해졌다.

나 역시 그 변화를 직접 체감했다. 홀짝제 때문에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날이면 택시를 이용하거나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그럴 때마다 수업에 늦을까 불안해지고,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로가 몰려온다.

홀짝제는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단기적인 대책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진짜 문제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데 있다.

사람들이 차를 타는 이유는 ‘편해서’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다. 만약 자카르타의 대중교통이 서울이나 싱가포르처럼 촘촘하고 편리했다면, 우리도 기꺼이 차 대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이용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만약 우리 동네에서 학교까지 MRT가 연결되어 있다면, 오늘 아침 나는 얼마나 다른 하루를 시작했을까? 출발 시간에 대한 걱정도 줄고, 차 안에서의 불안과 답답함 대신 조용한 열차 안에서 책 한 권을 펼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출근과 등교는 고난이 아닌 일상이 되었을 것이다.

자카르타는 잠들지 않는 도시라고 하지만, 아침마다 도로 위에 멈춰 선 차량들을 보면 이 도시가 오히려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진정한 변화는 단속이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모든 시민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대중교통의 본질이고, 도시가 살아 숨 쉬는 방법이다.

오늘도 나는 도로 위에 선다. 여전히 길은 막히고, 창밖은 정체되어 있지만, 언젠가 이 도시에도 자유롭게 달리는 대중교통의 물결이 흐르기를 바라며, 막힌 도시 위에도 분명 변화의 길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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