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기사식당

밀물과 썰물이 교차로에서 만난다 
조개탕 속 헐벗은 이들의 고향은  
전라도인지 경상도인지  
몸을 부비며 친자 확인 중이다. 

세 도막 난 그의 등에는 푸른 지도가 있다 
총기 잃은 눈빛으로  
알파 없는 오메가를 이야기하며 
지구 반 바퀴 돌아 멀미가 난다는 목소리에 
쉰 맛이 난다 

노르웨이는 밤이 길다는데 

비워진 접시 위로 채워지는 ‘집화集貨대기’ 문자
시계 바늘은 헐떡이며 서로의 등을 밀어 대고
몇십 광년째 목적지를 찾지 못한
헤드라이트 줄기의 끝이 가렵다
밤하늘 신호등 없는 상습 정체 구간에도
내리지 못한 뿌리 탓인지

노르웨이는 밤마저 길다는데

새벽녘 우리는 일방통행 길로 흩어진다
직진의 화살표 위로 출발지를 모르는 한숨이
‘배송 완료’를 꿈꾸며 내 이름을 녹인다

 

시작 노트:

“노르웨이의 밤은 길다는데”, 세 도막 난 등푸른 생선을 앞에 두고 밤이 깊어져 간다. 세상의 이치가 모였다가 흩어지고, 밀물이 들면 썰물로 나가는 교차점에서 시작되는 시는 어느새 화자의 통점을 겨냥하고 있다. “상습정체 구간” 같은 삶에서 어디에다 뿌리를 내려야 하나? 다시 노르웨이의 밤은 길어진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직선의 화살표 위로 출발지‘조차 희미하지만 그 종착은 ”배송 완료“임을 잊지 말자.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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