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인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 외에 채권 발행 등과 같은 ‘창의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채권 시장에서 11억 달러(약 1조5천억원) 규모 자금이 빠져나가자, 이에 대응해 자본을 끌어들이고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른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루피아 증권’ 발행을 시작했다.
인도 당국도 지난 6일 시중 유동자금을 흡수하고 루피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도의 외환보유고가 감소한 것은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 들어 루비/달러 환율 상승률이 1%가 안 되는 만큼 인도 당국의 환율 대응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 가치를 지지하고 위안화 수요를 늘리기 위해 기록적인 규모의 역외 위안화 표시 국채 판매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4분기에 역외 위안화 표시 국채를 260억 위안(약 4조8천억원) 규모로 발행, 올해 총 발행 규모를 550억 위안(약 10조1천억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의 고금리가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1년여 사이 기준금리 상단을 0.25%에서 5.5%로 공격적으로 올린 데 이어, 기준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7월 저점 대비 7%가량 상승한 상태다.
아시아 각국의 기준금리는 미국에 비해 낮은 만큼,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기존 방식에 따르면 당국은 통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거나 외환보유고를 써가며 환율 방어에 나서고, 혹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채권 발행 등이 외환보유고를 통한 외환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채권 발행으로 이러한 딜레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크레디트 아그리콜 CIB 투자은행(IB)의 전략가인 에디 청은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자본 유입을 위해 고금리 채권 발행을 늘리는 데 대해 “외환보유고를 쓰지 않고도 통화 가치를 지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라면서 “매우 똑똑하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미즈호 은행의 비스누 바라탄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외환보유고에) 매우 신중한 보완물”이라면서 “보유 외환 소진 우려로 갑자기 통화 매도세가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외환보유고 감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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