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녁

밤 골 깊은 이랑
쟁기 끌던 황소는
하루가 길다 원망 하여도

잰걸음에
덧 없이 기우는 석양
산그림자에 쫓기여
다그치는 도랑 물소리

돌맹이 어둠에 차이고
부엉이 울음 소리에
어스름이 늘어진다

들새가 스미는 처마에
게으른 저녁 연기

삭정이에 바람불어
저녁을 태우는
누이의 붉은 볼이
어둠 속에 반짝인다

 

시작 노트:
다음 달에는 고국의 추석이 다가온다. 우주의 원리가 하나로 통하고 보이는 달도 같은 우주의 달이지만 내가 어디에 서 있느냐가 달을 바라보는 의미를 달리할 것이다. “삭정이에 바람불어/ 저녁을 태우는/ 누이의 붉은 볼이/어둠 속에 반짝”이는 고국 추석의 정서를 미리 그려보자. 글: 김주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