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쩍새

고향집 앞 마당
천 년 묵은 은행나무 꼭대기에
소쩍새는 천 년 동안 울어댄다

달 밝은 밤 손목 잡고 달맞이 갈 때
소오쩍 소오쩍 소쩍쩍

캄캄한 밤 자정이면
뒷동산에 부엉이 우는 소리
아버지 제삿날 일배하고 방문을 열면
혼백이 오신다네
소오쩍 소오쩍 소쩍쩍

어두침침한 골방에 기름불 켜고
물레야 물레야! 삼베타던 늙은 며느리
길고 저린 세월을 뽑아낼 때
소오쩍 소오쩍 소쩍쩍

사랑의 늪 속에서 발버둥 치며
기다리는 문고리 소리
긴긴밤 눈물이라도 흘려주려나

천 년 묵은 은행나무 꼭대기에
소쩍새는 천 년 동안 울어댄다

소오쩍 소오쩍 소쩍쩍

 

시작 노트:

소쩍새는 환한 대낮이나 초저녁에는 울지 않는다. 또한 비가 오거나 궂은날은 울지 않으며 추운 겨울도 울지 않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달 밝은 밤이거나 어두운 밤 별빛이 총총한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아늑하고 고상한 그놈의 울음소리는 아련하고 우아하며 사랑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또한 오랜 세월 서민들의 애환과 정서를 함깨하는 힘이 있다. 소쩍새는 장소를 함부로 하지 않고 때 없이 울지도 않는다. 동내 어귀에 아름드리 고목 중에서도 맨 꼭대기에 앉아
깊은 밤 고요한 시점을 기다려 우짖는 특성이 있다. 각 연에 “소오쩍 소오쩍 소쩍쩍” 울음 소리를 강조한 것은 이 시가 갖는 특성 중에 리듬성을 강조 함이다.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은 추억의 소쩍새 소리를 소환해 보고자 했다. 김준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