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지난 한주 동안 한국은 물론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충격과 함께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다.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IMF를 초래한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평가는 한국의 민주화를 이룬 큰산(巨山),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를 단행한 개혁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청렴한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평가로 바뀌는 모양새다. 정치평론가들은 兩金 시대에 형성된 지역간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여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비단 정치평론가가 아니더라도 역사의 흐름을 목격한 우리는 고인에 대해 각자의 기억을 토대로 한두 마디씩은 할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지난 11.23(월)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 마련된 고 김영삼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하고 나오는 길에 현관에 걸린 弔旗를 보면서 또 다른 영웅들의 죽음을 떠 올렸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0.11.23, 북한은 대한민국 연평도를 향해 170여발을 포탄을 발사했다. 해병대원 2명(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당했다. 포탄이 떨어지고 자신의 철모가 화염에 불타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우리의 젊은 청년들은 북한의 도발에 신속히 대응하였고, 우리의 영토와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내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은 정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우리나라 영토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북한은 지난 8월, 천안함·연평도 사건 5년 만에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를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후 다행히 남북 고위당국자회담이 열리고, 1년 8개월 만에 이산가족상봉이 재개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완화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끊임없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으며 우리의 경계심과 대응력을 테스트하고 있고,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위협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다. 언제 또 다시 이러한 도발을 감행할지 모른다. 지난 8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정부가 신속하고 단호히 대응하자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임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확성기나 최첨단 무기가 아니라 국가를 지키려는 굳건한 의지와 신념이다. 우리가 단합하지 못하면 북한은 또 도발할 기회를 노릴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안보 앞에서는 이념과 정치노선, 출신지역과 학벌을 떠나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친 老 정치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5년 전 대한민국의 영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연평도 포격 전사자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의 숭고한 죽음에도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