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 JIKS 10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영화 한 편이 큰 화제가 되었다. 쇼박스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한 영화 ‘파묘’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영화에 나오는 풍수나 무속 같은 한국적 소재가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파묘’는 한국에서도 천 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만큼 영화적 완성도와 대중성을 갖추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완성도 있는 K컨텐츠는 이 영화 말고도 많을 텐데 유독 이 영화가 큰 인기를 얻은 건 아마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유독 오컬트와 공포영화에 열광하는 편이다. 공포영화가 흥행하는 일이 드문 우리 나라와 달리 인도네시아의 극장가에는 공포 영화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기록을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역대 박스오피스 1위는 지난 2022년 개봉한 ‘무용수 마을의 대학생 봉사 활동’(KKN di Desa Penari)이며 유일한 천 만 영화라고 한다. 2위 역시 공포와 코미디가 섞인 ‘조금 달라’(Agak Lean)라는 영화로 82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이렇게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데는 전통적, 문화적 배경이 있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심리 기저에는 초자연적인 샤머니즘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그것을 입증하듯 인도네시아에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많은 귀신들이 존재한다.
꾼띨아낙이나 뽀쫑 같은 유명한 귀신 외에도 지역마다 수없이 많은 귀신 이야기들이 넘친다. 여러 인종과 문화를 가진 나라인 만큼, 토착 신앙 역시 다양했을 것이고 이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게다가 영화 속에 나오는 ‘무당’은 사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그리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인도네시아에는 ‘두꾼’(Dukun)이라는 주술사들이 존재하는데 사람들은 몸이 아프거나 일이 생기면 두꾼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거나 주술을 처방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무당을 찾아가 부적을 쓰거나, 굿판을 벌이는 문화와 너무나 흡사하다.
결국 ‘파묘’는 인니인들이 열광하는 K컨텐츠와 공포물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겹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더욱 완성도 있는 공포 영화가 많이 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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