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의 재미있는 비교

찌아찌아족의 고유 언어를 한글로 표기한 표지판

이지후 JIKS 11

외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하고,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도네시아어는 고유의 문자 없이 알파벳을 사용한다는 점, 시제나 관사 등 어려운 문법이 없다는 점 등으로 비교적 배우기 쉬운 언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복잡해진다는 모든 언어의 특성상 인도네시아어도 심화 과정으로 갈수록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게 된다. 알쏭달쏭한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면서 발견한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의 흥미로운 차이 세 가지를 열거해 본다.

1. 출석부와 결석부

한국어인 ‘출석부’를 인도네시아어는 ‘absen’이라고 칭한다. 원래 ‘출석하다’는 ‘hadir’라고 하지만, ‘결석하다’의 ‘absen’을 사용함으로써 출석 체크가 아닌 결석 체크를 한다는 특이점을 볼 수 있다.

한국은 출석하는 것을 더 중시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결석이 더 집중되어 ‘결석부’라고 부르는 셈이다. 두 나라 간 부르는 명칭이 다른 건 두 나라 간의 생활문화와 인식의 차이일 수 있다. 과거부터 우리는 몸이 아파도 학교나 직장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근태관리를 중요시했던 결과가 아닐까.

2.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말 ‘빨리빨리’

한국 사람들은 ‘빨리’라는 말을 종종 ‘빨리빨리’라고 하며 같은 어휘를 두 번 사용한다. 반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천천히’라는 말을 ‘pelan-pelan’이라고 하며 ‘pelan’을 두 번 반복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일의 진행 속도를 높여 빨리 일을 끝내는 한국인의 성실함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유를 갖지 못하는 조급한 면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에 반해 느긋함을 더 강조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천천히’를 두 번 외치면서 더 여유를 가지라고 하고, ‘빨리’라는 말을 할 때는 ‘cepat’ 한 번으로 족하다.

이는 ‘Santai’ 문화로 연결되어 한가로움과 여유를, 그러나 때로는 우리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다소 답답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이 또한 서로 간의 생활 문화적 차이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3. 직설적인 한국말과 완곡한 인도네시아말

우리는 맛없는 음식을 ‘맛없다’라고 바로 말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음식이 맛이 없을 때 실제로 ‘tidak enak’이라고 말한다. 우리말을 그대로 직역했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표현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직설적으로 ‘tidak’ 즉 ‘없다’와 ’아니다’라는 표현보다는 ‘부족하다’란 뜻으로 ‘kurang enak’이란 완곡한 표현을 주로 더 사용한다고 한다.

‘맛없어’라고 단정짓기보다는 ‘맛이 좀 부족하네요’, ‘완벽한 맛에서 좀 부족하네요’라는 뉘앙스로 싫은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겸손함과 선한 국민성을 알 수 있다.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이 그 사람들이 쓰는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언어가 사람의 생각을 제한하는 바,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몇몇 어휘적 차이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듯이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하고 여유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윗글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언어학의 실제 이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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