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식적류상한

글. 신농씨한방병원 원장 최정

 

한의원에서 임상을 하다 보면 열이 나고 두통이 있는데 감기약을 먹어도 잘 안 낫는다고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진찰을 해보면 증상은 감기 같지만 원인은 음식을 잘 못 먹어 체한 “식적류상한”인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는 한인분들이 소화기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인지 더욱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 식체 치료가 아닌 감기치료를 하면 오히려 증상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어서 주의를 해야 합니다.

그럼 감기와 식적류상한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첫째, 아이가 열이 나면서 소화기 증상을 보인다면 식체도 의심해 봅시다.
대체적으로 아이들에 질병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 패턴이 발열, 몸살과 같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열이 난다 하면 감기 이외의 다른 원인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둘째, 복통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명치를 눌러봅시다.
체했을 때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명치 부위를 눌렀을 때 찌르는 통증이나 묵직한 압통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 경우 식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발열 부위와 시간을 살펴봅시다.
감기로 인한 열은 귀가 뜨겁고, 손등이 바닥보다 더 뜨거운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귀가 차갑고 손바닥에 열감이 더 많다면 식체로 인한 발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런 구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기침이나 콧물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식적류상한의 경우는 상기도의 증상인 기침이나 콧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몸살, 발열, 두통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는데 기침이나 콧물이 없다면 식체로 인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섯째, 감기 증상에 감기약을 복용해도 안 낫는다면 식적류상한, 해수, 비염, 폐렴, 티푸스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감기와 식적류상한은 그 증상은 비슷하지만 원인과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므로 오한, 두통, 발열, 몸살과 같은 증상이 보인다면 일단 전문가와 상의를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