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 3년 임기 시작…”이민청이 방향키 잡고 전체 그림 그려줘야”
“이민정책은 미래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접근해야…연구 통해 뒷받침”
“대한민국은 적극적으로 이민정책을 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고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출범할 이민청이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11월 1일 법무부 산하 이민정책연구원 제5대 원장에 취임한 우병렬(56)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 변호사는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원장실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연합뉴스와 진행한 첫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 원장은 법무부가 이달 중 밑그림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에 기대를 걸며 “다문화 및 외국인 관련 정책은 특정 부처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드물다. 논의 구조가 다층적이기 때문에 이민청이 국정 운영 철학에 따라 방향키를 잡고 전체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이뤄지는 이민정책 관련 논의는 시급한 생산 인력 수요에 대응한 산업·경제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이민정책은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이나 외교 관계, 국가 재정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을 아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측이나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민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우 원장은 “이민정책은 당장 1∼2년 또는 현 정부 임기 안에 마무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30∼40년 뒤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장기적으로 전략과 계획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꼭지를 여닫는 것처럼 이민 이슈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원하는 조건으로, 우리가 필요한 시점에 올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소개하면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채운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어우러질 수 있는 이민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장관 말씀에 공감했다. 이민청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연구원도 연구를 통해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정책연구원은 2009년 국제이주기구(IOM)와 한국 정부 간 협정으로 설립된 국제기구 협력 기관이자 이민정책 전문 연구기관이다. 올해 4월에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개정으로 운영·지원에 관한 근거 규정이 신설됐다.
우 원장은 “연구원의 원활한 예산 확보와 기관 운영을 위해 현행법에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오랜 지적이 반영된 것”이라며 “3년 임기 동안 이민 관련 각종 현안에 관해 연구원이 증거에 기반한 논의의 장을 제공할 수 있게 인력 확충 등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 및 유관 기관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에는 귀화자의 사회통합, 유학생의 취업 연계, 지역 이민정책 등의 주제를 주요 연구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공주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법학 석사(LLM) 과정을 마치고는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주OECD대표부 참사관,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장과 장기전략국장, 강원도 경제부지사 등을 지냈다.
그는 “2019년 기재부 경제구조개혁국장 때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춘 인구정책은 문제라고 보고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만들 때 역할을 한 적이 있다”며 “전문성에 비해 연구원의 인력과 예산이 OECD 국가에 비해 열악하다. 이민 선진국 수준으로 조사·연구를 할 수 있도록 조직과 예산 확보에도 주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우 원장은 최근 아일랜드에서 대규모 반(反)이민 폭력시위로 번진 흉기 난동 사건이나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미등록 이민자 구금과 추방 등 강력한 반이민 공약을 내건 자유당이 1위를 한 것 등에 관해서는 “예외적인 일부 사건이기 때문에 해당국의 모든 국민이 그런 인식과 태도를 갖고 있다고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정책의 실패나 이민자 유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단순한 증오의 감정이나 선동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며 “이민정책은 무분별한 외국인의 유입과 이로 인한 국민 일자리 잠식, 거주환경 악화 등을 막기 위한 정책이기도 한 만큼 이민정책과 관련한 논의와 소통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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