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EV공장과 그룹 혁신의 두 축…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
한 건물서 생산·연구개발·고객경험 동시에…실증 테스트베드
아이오닉5,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 연간 3만대 ‘맞춤 생산’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생산, 실증하는 신개념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그것으로, 현대차그룹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주 첫 삽을 뜬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과 함께 그룹 혁신의 두 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1967년 현대차[005380] 창립 이래 지난 50여년간 이어 온 내연기관의 역사에 향후 전동화 시대 50년을 선도할 ‘100년 기업’으로서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포부다.
◇ 정의선 “HMGICS 통해 인류발전 모빌리티 솔루션 만들 것”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서부의 선진 제조업 산업단지인 ‘주롱 혁신지구’에 위치한 HMGICS 준공식을 개최했다. 지난 2020년 10월 기공식 이후 약 3년 1개월만이다.
당초 작년 말 준공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완공이 지연됐다.
준공식에는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양국의 정관계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장재훈·김용화 사장 등이 자리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제조, 기술 강점과 싱가포르의 물류, 금융 강점이 HMGICS를 매개로 연결되고 나아가 한국과 싱가포르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에서 “싱가포르와 현대차그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공통의 혁신 DNA를 갖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신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HMGICS를 통해 인류의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HMGICS, 인간중심 모빌리티 테스트베드…”싱가포르가 최적지”
HMGICS는 현대차그룹이 ▲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 기반 ‘기술 혁신’ ▲ 다품종 유연 생산시스템 중심 ‘제조 혁신’ ▲ 고객 경험 기반 판매 모델 구축 등 ‘비즈니스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시험대)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에 HMGICS를 지은 배경에 대해 “개방적인 정책과 경제, 인재 등 뛰어난 인프라와 접근성을 갖춘 싱가포르가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HMGICS가 위치한 주롱 혁신지구는 2016년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경제개혁 계획에 따라 개발되는 지역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주도하는 첨단 산업단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등의 대학, 정부 연구기관, 기업 및 글로벌 파트너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축구장 13개 ‘올인원’ 공간…컨베이어벨트 대신 ‘셀’
HMGICS는 약 4만4천㎡(1만3천평)의 부지에 축구장 약 13개 넓이인 연면적 약 9만㎡(2만7천평),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세워졌다.
한 건물에 제조 설비, 연구개발 및 사무, 고객 체험 시설이 갖춰진 복합 공간으로 구성됐다.
1층에는 로봇을 이용한 자동물류 시스템과 로봇을 통해 식물을 재배하는 ‘스마트 팜’, 아이오닉 브랜드 체험 공간 및 고객 차량 인도 공간이 자리하며, 2·4층은 사무 공간으로 활용된다.
3층은 스마트 제조 시설(생산라인)과 고객 경험 공간으로 꾸며졌고, 5층 옥상에는 차량 시승 및 테스트를 위한 ‘스카이트랙’이 설치됐다.
HMGICS는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해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EV) 모델 아이오닉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역량을 갖췄다.
2026년부터 연 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시장 변화와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컨베이어벨트 생산 방식 대신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 제작할 수 있는 ‘셀'(cell) 시스템을 HMGICS에 도입했다.
작업자와 생산 로봇이 타원형 모양의 셀에서 다양한 수요에 맞춰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생산하는 차종이 많아지더라도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생산 계획과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 메타팩토리 구축 및 인간·로봇 연결…신규 전기차 공장에도 도입
HMGICS는 데이터 플랫폼과 함께 실시간 데이터 전달 및 분석을 위한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디지털 트윈을 통해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공장을 제어할 수 있는 ‘메타 팩토리’를 구축했다.
동시에 공정 전반에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유연 생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공정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HMGICS에서는 로봇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협업한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개발·실증한 제조 플랫폼을 전 세계 전기차 신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2024년 하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울산 EV 전용공장 등이 적용 대상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HMGICS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HMGICS 법인장인 정홍범 전무는 “HMGICS는 도시 인프라와 모빌리티, 사람이 신개념 기술 솔루션 기반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라며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의 제조 시스템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맞춤형 車제작에 시승까지 한번에…식량문제 솔루션도
현대차그룹은 HMGICS에 모빌리티의 주문부터 인도까지 이어지는 고객 중심의 원스톱 플랫폼도 구축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여러 사양을 선택해 차량을 주문하면 HMGICS가 이에 맞는 차량을 생산한다.
생산된 차량은 건물 옥상에 위치한 길이 약 620m의 스카이트랙으로 옮겨진다. 주행 테스트와 시승을 위한 것이다.
건물 3층의 고객 경험 공간에서는 고객들이 가상현실(VR) 투어를 통해 차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HMGICS에는 미래형 농장 ‘스마트 팜’도 들어섰다.
농토의 비율이 1%에 불과해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자국 내 식량 생산 비율을 30%까지 높이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솔루션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게 현대차그룹의 목표다.
스마트 팜에서는 총 9가지의 식물이 재배된다. HMGICS는 방문객에게 수확한 농작물을 무료로 제공하고 싱가포르 지역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또 내년 3층에 개점 예정인 한식 다이닝에도 활용한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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