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 26일 긴급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19개월 만에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11월 열릴 통화정책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긴급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정책금리는 0.25% 오른 6.5%로 높아졌다. 5월 이후 4회 연속 금리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이를 놀라움으로 받아들였다.
레몰로나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서 “우리는 긴급한 재정 대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축 통화정책 이면에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치솟는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은 국민들의 불만으로 직결될 수 있으며 정치적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
필리핀의 9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지난해보다 6.1% 상승했다.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 1월 8.7%를 기록한 뒤 7월 4.7%로 떨어졌지만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정부의 목표치인 2-4%를 상회하고 있다. 레몰로나 총재는 상황에 따라 금리를 다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인상 장기화 전망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 절하됐고, 그에 따라 수입품 가격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둘러싼 중동의 긴장 고조는 위험 회피 성향의 신흥국 통화에 대한 매도세로 이어졌다.
필리핀 페소는 2022년 10월 1달러에 약 59페소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후 여전히 57페소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 당 1만 5900선 대로 주저앉았다.
태국 중앙은행은 9월까지 8회 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바트화가 시장에서 계속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통화인 링깃화도 금리 차이로 인해 10월 미국 달러 대비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3년 동남아시아의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월보다 0.1% 낮춘 4.6%%로 예상했다.
동남아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아니면 경기를 부양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GlobalEcono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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