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 기업이 투자하는 대규모 태양광 패널 관련 공장을 짓겠다면서 사업 결정 2개월 만에 주민들을 강제 이주하도록 명령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4일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유리·태양광 패널 제조사 중 하나인 신의글라스는 남중국해 리아우제도의 렘팡섬에 116억 달러(약 180조 루피아, 15조8천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모래 가공 공장을 짓기로 했다. 싱가포르와 말라카해협을 끼고 있는 이 섬은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석영 모래가 풍부한 곳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이곳에 수십억 달러를 더 유치해 환경 기술 관련 ‘생태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면적 170㎢인 렘팡섬에 70㎢는 산업·관광 지역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100㎢는 산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80년까지 30만6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계획이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던 주민들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지난 7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뒤 사업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당장 23㎢ 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섬 주민 약 8천명에게 지난달 말까지 인근 갈랑섬으로 이주하라고 통보했다. 주민들은 사업 결정 2개월 만에 집을 옮기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저항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주민들이 제대로 된 토지 증명서 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며 주민들을 무단 점유자로 간주, 토지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 시위는 격화해 폭력 시위로 번졌다. 또 수도 자카르타 주인도네시아 중국 대사관 앞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에 정부는 렘팡섬 내에서 주민들이 이주하도록 한 걸음 물러섰다.
또 가구당 약 1억 2천만 루피아(약 1천48만원)에 해당하는 500㎡의 토지와 45㎡ 규모의 주택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대체 주택이 지어지는 동안 주민들이 인근 바탐섬 아파트에 살도록 하고, 매달 120만 루피아(약 10만5천원)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고 약속한 보상도 토지증명서 등 명확한 증거물이 없다며 여전히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 지도자인 티모씨는 “정부는 말만 하고 있을 뿐 명확한 증서가 없다”라며 충분한 보상과 함께 토지 권리를 부여해야 이주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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