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과 국회 앞 뒤덮은 시민단체와 교사들

2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2023.8.26

공동행동·야4당 공동주최…”오염수 투기 동조 윤석열 정부 강력 규탄”
주최 측 5만명 참가 추산…집회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

토요일인 26일 서울 도심과 국회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울 도심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9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과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野) 4당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범국민대회를 열어 한일 양국 정부를 규탄했다.

시청역에서 세종대로 사거리 방면 4개 차로를 메운 참가자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철회’, ‘윤석열 정권 규탄’ 같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일본은 핵 오염수를 자국 내에 보관하라”, “일본 정부 대변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공동행동 등은 “일본 정부가 인류와 바다 생태계에 대한 핵 테러 범죄행위인 오염수 해양 투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한국의 시민들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시민과 함께 일본이 핵 오염수 투기를 중단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 오염수 해양투기에 동조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도 연단에 올라 오염수 방류를 규탄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일본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일본은 가장 인접한 국가이고 가장 피해가 큰 대한민국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일본이 이웃 나라 눈치를 보며 방류를 망설일 때 이런 패악질을 가장 합리화하고 지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일본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대리인임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제 우리 바다는 핵 오염수 투기 전과 후로 나뉘는, 돌이킬 수 없는 암흑의 30년을 아니 한 세기를 보낼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에 만큼이나 분노스러운 것은 핵 오염수 테러의 방조범인 윤석열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복 전국어민회총연맹 부회장은 오염수 방류가 한미일 정상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 인류적 사기극’이라며 “일본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하고 국민이 우리 수산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당장 조치하라”라고 요구했다.

일본에서 귀화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도 연설에 나서 “일본 국적이 없는 한국 사람이지만 일본이 오염수 해양 투기를 해 한국에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해양 방류 이외의 방법을 무시했다며 “일본 논리에 동조해선 안 된다. 동조하는 윤석열 정부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무대에 오른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미래 세대들에게 2023년 8월24일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라며 “30년, 50년 후 지구를 누가 책임지나. 책임질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없을 텐데 왜 어린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5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7천여명으로 추산했으나 정확한 인원은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도로 건너편 인도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리면서 양측 일부 참가자가 “이재명 구속”, “윤석열 탄핵” 등을 외치며 맞섰으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역을 거쳐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공동행동 등은 9월2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연다.

“현장 요구 즉각 반영하라”…또다시 국회 앞 뒤덮은 교사들

주최측 추산 6만·경찰 추산 2만 참가…아동학대법 개정 촉구
“학부모가 신분 간접적 밝힌 후 서이초 교사 압박감 느꼈을 것”

토요일인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인근 6개 차로는 또다시 검은 옷차림의 교사로 뒤덮였다.

전국교사일동,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 진상 규명 촉구 집회지난주에 이어 이번 6차 집회도 국회 앞에서 열린 것이다. 습도가 낮아져 무더위가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한 햇볕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교사들의 외침은 현장의 목소리를 대책에 반영하라는 데 집중됐다.

참가자들은 “교사는 교육을, 국회는 법 개정을, 9월4일까지”라며 구호를 외쳤다. ‘현장 요구 즉각 반영’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국회에 아동학대 관련 법을 개정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입법을 하라고 요구했다.

교육청에는 살인적인 악성 민원을 책임질 것을, 교육부에는 현장 전문가인 교사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 정책과 법안 개정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A씨의 49재인 다음 달 4일을 시한으로 제시했다. 교사들은 A씨를 추모하고 교권 보호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다음 달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바 있다.

A씨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도 계속됐다.

이들은 최근 ‘연필 사건’의 학부모가 경찰·검찰 수사관으로 드러난 것과 관련해 “경찰인 학부모가 자신의 신분을 간접적으로 밝힌 후에 선생님이 민원을 받아 압박감을 느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생님의 업무 처리에 불만을 드러내며 지속적으로 연락해 위협하거나 폭언했고 이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다면 이게 어떻게 범죄가 아닐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연필 사건’은 A씨가 숨지기 엿새 전인 지난달 12일 A씨가 맡은 반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일이다. 경찰은 A씨와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학부모 4명을 조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하는 교사들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하는 교사들 (서울=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전국교사일동이 연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집회에는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예비 교사들도 자리했다.

한국교원대에 재학 중이라는 한 학생은 연단에서 “처참히 무너진 교권에 교사가 되려 한 학우들도 다시금 본인의 진로를 고민한다”며 “누구보다도 교육에 열정이 가득한 학우들이 교사의 길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공교육이란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서울교대 총학생회장 성예림 씨도 연단에 올라 “여러 사건을 잊지 않고 미래 공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교육 현장을 함께 바꿔나가겠다”며 “예비 교사들도 다음달 4일 각 학교에서 추모 집회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참가 규모를 6만명으로 추산했다. 6주간 토요일에 열린 교사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인데 경찰은 2만명으로 집계했다.

이날로 세 번째 집회에 참여했다는 10년 차 교사 김모(33)씨는 “교육부나 교육감들이 얘기하는 것들을 보면 허망한 기분이 많이 든다”며 “교권 보호 하나를 위해 앞으로도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차 집회에 모두 참여했다는 5년차 교사 이희창(30)씨도 “다음달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도 참여할 생각”이라며 “정치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현장 교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협약)

제보는 카카오톡 haninpos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