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총선서 정당에만 투표하는 폐쇄형 비례대표제로 회기하나

폐쇄형, 정당이 비례 순번 정해…개방형은 후보 득표순으로 정해져
헌재, 15일 선거제도 바꿀지 결정…개편 시 선거 연기 가능성도

인도네시아 여당이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선거제도를 과거로 돌리려 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정치적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파자르 락소노 헌법재판소 대변인은 오는 15일 선거제도를 바꿔 달라는 여당의 소원에 대해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집권당인 투쟁민주당(PDI-P)은 내년 2월 총선에서 하원 의원을 뽑을 때 현재의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아닌 과거에 실시하던 폐쇄형으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이를 반대한다.

일각에서는 선거 제도가 바뀌면 선거 일정 자체가 뒤로 밀리면서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임기도 예정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개방형이 폐쇄형보다 유권자 의견 더 제대로 반영”

인도네시아는 5년마다 선거를 통해 전체 575명의 하원 의원을 뽑는다. 선거 방식은 전국 80개 지역구에서 3∼10명의 의원을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뽑는 비례대표제다.

한국의 비례대표제와 비슷한데, 차이점은 정당별로 후보자 순번을 정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각 정당에서 미리 비례대표의 순번을 정해 유권자들에게 공표한 뒤 확보된 의석수만큼 정해진 순번대로 의원에 당선되는 구조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정당이 아닌 유권자가 순번을 정하는 개방형이다.

지역구마다 정당에서 여러 명의 후보를 내면 유권자는 이 중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한 사람에게 투표한다. 이렇게 되면 선거 후 정당마다 가장 많이 득표한 사람 순서로 순번이 정해지고 정당별로 확보한 의석수만큼 순번대로 의원에 당선된다.

폐쇄형의 경우 정당이 순번을 정하기 때문에 정당의 영향력이 더 크지만, 개방형은 후보자 개인의 득표율에 따라 순번이 정해지기 때문에 후보의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

선거 관련 학자들은 개방형이 유권자의 의견을 더 제대로 반영한다고 평가한다.

인도네시아는 그간 폐쇄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유지했지만 직접 민주주의를 제고한다며 2009년 선거를 앞두고 지금의 형태로 선거제를 바꿨다.

◇ 헌재, 오는 15일 선거 방식 결정…대통령 임기 늘어날 수도

이런 가운데 여당은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 선거제도를 과거처럼 폐쇄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원을 냈다.

현 제도는 후보자들이 매표에 나설 수 있고 정당 정치를 약화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폐쇄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기투표 방식이 아니라 정당에서 역량을 갖춘 후보를 뽑아내는 정치 체제가 인재를 뽑기에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번 선거에 나서는 나머지 8개 정당은 폐쇄형이 퇴행적이고 비민주적이라며 반대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헌재에서 여당의 의견대로 선거제도를 폐쇄형으로 바뀔 경우 내년 2월 선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거제도가 바뀌는 만큼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며 연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젠트라 로스쿨의 비비트리 수산티 교수는 “폐쇄형으로 바뀌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도 교체를 위해 선거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거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는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기 때문에 이 경우 대통령 선거도 뒤로 밀리면서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도 그만큼 연장될 수 있다.

이미 재선 임기 중인 조코위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3선이 불가능하지만, 여전히 70%가 넘는 지지율을 보여 3선 개헌이나 임기 연장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곤 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이나 야당은 이를 노리는 조코위 대통령이 선거제도를 개편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의심하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헌재 소장은 지난해 조코위 대통령의 여동생과 결혼해 조코위 대통령의 매부가 됐다.

이에 대해 데니 인드라야나 전 법무부 차관은 소식통을 인용해 헌재가 여당을 위해 폐쇄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c) 연합뉴스 전재협약 /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제보는 카카오톡 haninpos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