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자의 독백

글. 김준규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시린 등짝엔
따뜻한 친구가 필요했다

거울처럼 마주보며
끝없이 지어내는 설화說話

기적의 공산은 헛것인데
시간을 뭉개느라
녹아버린 삭신

이제 남겨진 시간은

누군가의 편안한 순간을 위해
아픈 다리를
지탱해야 한다

 

시작 노트:

20여 년 전, 필자에게도 운명처럼 시 구절 하나가 다가왔다. “부레옥잠 가시연꽃이 그러하거늘/ 바람에 조금씩 떠밀리며/ 어린 물고기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오늘, 마치 초심을 유지하라는 듯 기억을 되새김질 시켜주는 시 “의자의 독백”이 찾아왔다. 거울처럼 마주보며 끝없이 지어내는 설화에 우리의 진정이 담겨있으리라. 삶 또한 녹아 있으리라. 그래도 시인에게 남은 시간이 있다면 ‘누군가의 편안한 순간을 위해/ 아픈 다리를/ 지탱해야’하는 운명, 숙명과도 삶을 의자에 앉아, 의자처럼 마주한다. 김주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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