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감염질환, 의외의 원인일 수도”…미나리, 녹즙 가능성

기생충

서울아산병원, 간질충 환자 연구로 “녹즙서 감염 가능성” 제기

기생충 감염 질환 중 ‘간질증’이라는 게 있다. 기생충의 일종의 ‘간질충’이 몸속으로 들어와 간을 거쳐 담도에 기생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감염 초기에 유충이 간에서 ‘호산구성 농양’을 형성하는 게 특징이다. 기생충 감염으로 백혈구 세포 중 하나인 호산구가 증가해 간에 고름이 생기는 것이다.

몸속으로 들어온 간질충은 성충으로 자라면서 담도로 이동해 담도 내에 살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는 무증상인 경우도 있고, 막연한 복부 불편감이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드물게는 담관염이나 황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간질충 감염의 주된 원인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미나리가 지목된다.

미나리에 붙어 있던 간질충이 입으로 들어온 뒤 소장 벽을 뚫고 뱃속을 거쳐서 간을 찾아가고, 간에서도 몇 달간 성충으로 자라면 결국 담관에 들어가 병을 일으키게 된다. 또 소의 간을 날로 먹을 때도 간에 붙어있던 간질충이 사람에게 옮겨갈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녹즙도 간질충 감염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17일 국제학술지 ‘원 헬스'(One Health) 최신호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민재 교수 연구팀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간농양과 호산구 증가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30명(평균나이 55.1세)에 대한 연구를 통해 녹즙 섭취가 간질증 감염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간질충 감염 여부에 따라 환자를 15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최근에 먹었던 음식을 비교했다.

이 결과 간질충 감염군에서는 주기적으로 녹즙 배달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53.3%로 집계됐다. 반면 간질충 감염이 아닌 환자들은 아예 녹즙을 먹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녹즙을 먹지 않는 간질충 감염 환자들의 대부분도 미나리나 다른 채소를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구팀은 녹즙에서 직접적인 감염의 원인이 되는 기생충 피낭유충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민재 교수는 “최근 녹즙을 복용하던 사람 중에서 간질증으로 진단되는 사람들이 늘어나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현재로서는 (녹즙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정도로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생충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채소와 육류, 생선을 막론하고 음식물을 충분히 익혀 먹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 상황에서 식품을 통한 기생충 감염이 흔하지는 않지만, 잘 해결되지 않는 만성적인 종괴나 농양, 호산구 증가증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c)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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