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바퀴를 단다’…현대차가 그리는 SDV의 미래

'컴퓨터에 바퀴를 단다'…현대차가 그리는 SDV의 미래

‘차 구입하면 끝’은 옛말…차량 개발 관점의 근본적 전환

OTA로 업데이트하면 리콜부터 주행성능 향상까지 다양한 응용

현대차그룹이 12일 발표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 전략은 쉽게 말해 ‘바퀴 위에 컴퓨터를 올린다’에서 ‘컴퓨터에 바퀴를 단다’는 방향으로 자동차 개발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완성차를 구입하고 나면 일부러 ‘튜닝’하지 않는 한 성능이나 기능을 향상시킬 방법이 없었고, 정기 점검과 정비를 통해 노후화를 늦추는 정도였다. 그러나 SDV 관점에서 생산된 차량은 구입 후에도 무선으로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져 실질적인 차량 성능 개선과 기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예측이다.

이를테면 지금도 차량에 소프트웨어상 결함이 발생해 리콜 대상이 되면 고객이 일일이 정비소를 찾아가 업데이트 조치를 받아야 하지만, SDV 보편화로 무선 업데이트(OTA)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환경에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리콜 등 서비스를 받아 차량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작동하는 차량이므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차량의 하드웨어 성능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애초 특정 차종이 제조될 당시 설정된 기본 성능이 있겠지만, 주행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설정값을 업데이트로 개선해 주행 성능을 높이는 것도 상상 가능한 그림이다.

이같은 ‘커넥티드 카’가 전 세계 곳곳에서 생성하는 수많은 빅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개개인에게 맞춤형 업데이트와 구독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도 있다.

SDV의 선두주자는 통합 운영체제(OS), 통합 제어구조(AP),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 OTA 등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테슬라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대로 가는 흐름에서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중심으로 자리잡는다는 데는 전문가들도 큰 이견이 없다.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굴뚝산업, 제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바뀌려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리콜도 소프트웨어이고, 칩도 반도체 통합 칩을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라며 “(현대차의 SDV 전환은) 제작사 중에서는 빠른 편이고 타이밍도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력 유무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UAM(도심항공교통)이나 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가장 우수한 소프트웨어 하나가 전체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며 “대응 수단이 없다면 국내에서는 자동차 껍데기만 만들고 ‘영혼’인 소프트웨어는 해외에서 부르는 값에 사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정한 수준에 이른 차량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 향후 품질이 우수한 외국산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필요가 있더라도 ‘대체제’의 존재를 내세워 가격 협상이 가능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소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외국 소프트웨어 업계에 종속되는 일은 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도 해외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하고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를 국내에 설립하는 등 차량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8월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강화하고자 자율주행·모빌리티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하기도 했다.

<(c) 연합뉴스 협약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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