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인수한 인도네시아 현지 자회사 KB부코핀은행의 부실 상태가 악화되면서 추가적인 자금 투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금까지 부코핀은행에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2018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1164억원에 인수했고, 2020년 두 차례 유상증자로 지분 6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인도네시아 중형 은행인 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 자회사로 인수된 후에도 부실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코핀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0.7% 수준까지 악화됐다. NPL은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채권을 말한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영업손실 확대로 이어지는 중이다. 부코핀은행의 연간 순손실은 2020년 434억원에서 지난해 2725억원으로 6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 744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663억원 대비 12.2%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 1월 취임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우열 신임 은행장을 5월 투입했다. 이우열 부코핀은행장은 KB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인사책임자(CHO), 국민은행 정보기술(IT)그룹 대표를 지낸 인사다.
은행장이 새로 취임한 부코핀은행은 올해 총 10조 루피아(약 9400억원) 규모의 부실자산을 매각해 10%가 넘는 NPL 비율을 현지 은행권 평균인 3%대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잡았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은 현지 감독기준을 들어 부실에 빠진 부코핀은행에 대한 자금 투입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부실채권을 연내 정리하기 위해 조만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추가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부코핀은행 관련 유상증자 시기나 규모 등 내용을 검토하거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한편,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도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 현지의 부실이 국내 금융사로 전가될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지점을 늘리는 것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은행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추세”라며 “지금같이 아시아권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현지 금융사의 부실 문제는 국내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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