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양민 대학살 ‘킬링필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판이 16년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22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전범재판소(ECCC)는 이날 키우 삼판(91) 전 국가주석이 종신형이 선고된 원심에 대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키우 삼판은 지난 2018년 11월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ECCC에서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이 선고됐다.
그는 1975∼1979년 크메르루즈 정권 시절 캄보디아 내 베트남계 소수 민족의 대량학살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다.
크메르루즈 정권의 2인자인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도 이슬람 소수민족인 참족을 대량으로 학살한 혐의가 인정돼 같은 시기에 종신형이 선고됐으나 지난 2019년 사망했다.
앞서 키우 삼판과 누온 체아는 강제 이주와 반대세력 처형, 학살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10년 9월 기소돼 2014년 8월 1심에서 모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를 제기했으나 2016년 11월에 확정 판결을 받았다.
또 프놈펜의 악명 높은 교도소 투올슬렝에서 1만6천명 이상이 고문을 받고 살해당할 때 소장을 맡았던 카잉 구엑 에아브는 2012년 종신형이 확정된 뒤 2020년 9월 사망했다.
이날 항소심 법정에 나온 키우 삼판은 방풍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헤드폰을 끼고 판결을 들었다.
키우 삼판은 원심 판결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지난해 8월 19일 열린 항소심 마지막 심리에서 그는 집단 학살 및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크메르루즈 정권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사회 건설을 추진했으나 이 과정에서 굶주림, 고문, 처형, 강제노동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70만∼220만명으로 추산된다.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에 의해 유엔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06년 발족한 ECCC는 주범들의 기소 및 재판에 무려 3억달러(4천200억원)를 사용했다.
그러나 크메르루즈 정권 1인자 폴 포트는 1998년 사망해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
또 주범 중 한명인 렝 사리 전 외교장관은 2013년에 숨졌고, 그의 아내인 렝 티리트 전 사회장관도 치매에 걸려 2015년에 사망하면서 결국 단죄하지 못했다.
이밖에 다른 4명에 대해서도 기소 여부를 검토했으나 훈센 총리를 비롯한 정권 실세들이 사회 불안 조성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훈센을 비롯한 현 정권의 실세들은 대개 크메르 루즈 정권에서 활동했던 전력이 있다.
이로 인해 ECCC는 16년간 막대한 비용을 쓰고도 소수의 반인륜 범죄자들을 처벌하는데 그쳤다는 비난이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ECCC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범죄 조사 자료와 장기간에 걸친 기소 및 처벌 노력은 앞으로 캄보디아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 계기로 인정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요우크 치항 캄보디아 기록센터장은 “기소된 사람들의 수보다는 절차에 대한 만족과 인정이 있을 때 정의가 구현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연합뉴스-한인포스트 전재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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