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활동 대만 기업들 동남아 등으로 투자 돌려”

중국에 둥지를 툰 대만 다국적 기업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과 대만 해협 긴장 고조로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투자를 돌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전했다.

1980년대부터 대만인들은 중국 본토에 투자를 해왔고 현재 주장삼각주의 둥관과 상하이 외곽 쿤산 같은 도시에 4천200개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좋을 때 이뤄졌다.
그러나 대만인들의 중국 투자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몇년 전부터 하락세를 걷더니 올해 더욱 두드러졌다고 SCMP는 전했다.

대만 컨설팅업체 PwC의 켄트 충은 “현재 대만 기업인들은 중국 내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제약과 양안의 정치적 관계 악화로 대만 기업들이 본토에 대한 투자 계획을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접은 상황에서 더 많은 대만인이 지난 10년간 그래왔듯 베트남을 살피고 있고 미국과 대만 간 무역 대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110억달러(약 15조원)에 가까웠던 대만인의 중국 투자는 2019년 약 42억달러(약 5조8천억원)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중국의 방역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각각 59억달러씩 투자가 다소 반등했지만, 점점 더 많은 대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미국, 멕시코 같은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은 현재 중국 9개 지역에 12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선전시 룽화 공장에서만 최소 23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런 폭스콘이 지난 1년간 인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를 검토하더니 지난달 베트남과 현지 공장 확장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선전의 공급망 전문가 류카이밍은 “폭스콘 같은 거대 기업이 중국 밖에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면 그 아래 기술 기업들은 이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전자제품 수출의 60%가 대만이 투자한 하청업자들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향후 몇년 간 양안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면 중국의 1조위안 이상 규모 전자제품 수출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컨설팅회사 AIBP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대만 투자자들은 동남아시아에 53억달러(약 7조3천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만의 전체 해외투자의 38.7%로, 20년 만에 최대 규모다.

베트남의 기업 컨설턴트 도널드 가오는 “코로나19와 최근 양안 관계 악화 이전에도 일부 대만 기업들은 노동과 토지 비용, 환경 규제, 미중 관세 분쟁 등을 이유로 중국에서 벗어나 산업비용이 더 저렴한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한인포스트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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