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국적은 안녕하십니까?

▲차규근(법무법인'공존'대표 변호사)

(2015년 2월 23일)

2008년 2월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대만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국내에서 태어나서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예비군훈련까지 몇 차례 받은 한국, 대만 복수국적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버린 딱한 사연이 보도된 바 있다.

이 남자는 우리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 국적만 가지게 된 후 일정 기간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는 외국인등록을 하지 않아 몇 백만원의 과태료 처분도 받았으며,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하였으나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군대까지 다녀온 이 남성은 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고 졸지에 외국 국적만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과태료는 왜 물게 되었을까? 그 사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국적법은 1948년 12월 제정된 이래 1998년 6월까지 줄곧 부계혈통주의를 취하고 있었다. 부계혈통주의란 출생 당시 아버지가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에만 그 자녀가 대한민국 국적을 출생으로 취득하는 제도를 말한다. 어머니가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라 하더라도 아버지가 외국사람이면 그 사람은 출생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는 못하며 귀화절차 등을 통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부계혈통주의 국적법은 양성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입한 여성차별철폐조약에도 반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도 우리처럼 부계혈통주의를 취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보다 먼저 여성차별철폐조약에 가입한 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하여 1985년 국적법을 개정하여 부모양계혈통주의를 도입하였다. 부모양계혈통주의는 아버지나 어머니 어느 한 사람이라도 그 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출생자녀도 출생으로 그 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1998년 이와 같은 부모양계혈통주의의 채택을 위한 국적법개정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부모양계혈통주의를 도입한 개정국적법은 1997년 12월 13일 공포되어 6개월 후인 1998년 6월 14일부터 시행되었는데, 이때 같이 도입된 것이 복수국적자에 대한 국적선택의무이다.

이것은 부모양계혈통주의의 채택으로 인하여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던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즉, 부모양계혈통주의로 인하여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일정한 연령(기본적으로 만 22세 전. 남자의 경우는 다소 복잡함)까지는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고 만일 이때까지 선택하지 않으면 하나의 국적(우리 국적)을 상실케 함으로써 복수국적자를 가급적 최소화하고자 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 바로 이 국적선택제도이다.

– 1998년에 국적선택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사실상 국적선택을 강요하는 조치가 법무부 내부 지침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 법무부가 1977년부터 시행한 ‘이중국적자에 대한 업무처리지침’(1977. 3. 3. 제정·시행)에 의하면, 부모가 우리 국적이고, 외국에서 출생하여 선천적으로 이중국적인 자가 귀국한 다음 외국인으로서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하면 2개월 이내에 외국 국적 또는 대한민국 국적 중의 하나를 선택하여 ‘국적정리’를 하도록 ‘국적정리서약서’를 제출받고, 2개월 이내에 국적정리를 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외국인 체류연장 허가를 불허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처우한다고 규정하였다.

– 이러한 내용에 따라 우리 국적이탈(포기) 허가를 받아 국적이탈한 사례가 국무총리 서리로 내정되었다가 자녀 국적문제로 인하여 낙마한 장상 전 총리서리의 경우이다. 그런데, 당시 미국법에 의하면 만18세 전에는 미국시민권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장상 전 총리서리의 입장에서는 자녀의 국적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국적이탈 이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기본적으로 일정한 연령(22세 전)까지 1개의 국적, 즉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거나 외국국적을 선택하여 복수국적 상태를 정리해야 하는데, 만일 정리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적으로 상실되어 버려 외국국적 한 개만 남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병역의무가 있는 남자의 경우 위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국적선택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하여 자동적으로 병역의무가 해소되어 버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병역자원 관리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남자의 경우는 여자와는 달리 규정되었다.
<재외동포신문. 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