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서 맞게 된 첫 명절인 이번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8일 전국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등에는 이른 귀성 행렬이 이어졌다.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는 이미 정체가 시작됐으며, 주요 공항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 표는 벌써 ‘매진’…귀성객·역귀성객으로 기차역 붐벼
이날 오전부터 경기 수원역 대합실에는 이른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에게 전할 선물 상자를 한가득 든 시민들의 모습에서 명절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KTX 열차표가 이미 대부분 매진됐다.
수원역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창가 좌석 승차권만 판매하고 입석도 제한했지만, 올해는 전 좌석이 정상 운영돼 이용객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역에서도 입석 표라도 구하려는 승객들이 예매창구 앞에 줄을 지었다.
이미 대전발 상·하행 노선 대부분이 매진됐고, 코레일 스마트폰 앱은 접속자 증가로 한때 먹통이 되기도 했다.
1년 만에 고향 창원에 간다는 직장인 이모(30) 씨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명절에도 아예 못 갔다”며 “부모님이 올해 추석에는 꼭 오라고 하셨는데 최근 태풍으로 비가 많이 왔다고 해 빨리 가서 뵙고 싶다”고 했다.
이날 춘천역에서 용산역으로 향하는 ITX 청춘열차도 매진됐다.
춘천역에서 만난 정회성(25)씨는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으로 시골에 가게 됐다”며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들을 볼 생각에 신난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자녀를 만나기 위해 역귀성길에 오른 노인들도 많았다.
서울행 기차를 타러 동대구역에 온 문모(79)씨는 “아들딸이 세 명인데 다들 서울에 살아서 우리가 직접 올라간다”며 “사실 손주들이 보고 싶어서 서울에 간다”고 웃었다.
아흔 살이 된 노모와 함께 충남 금산에서 서울 아들 집으로 향한다는 이상준(70) 씨는 이날 큰 가방을 메고 양손에는 보따리를 가득 들었다.
이씨는 “새벽부터 일어나 나물 무치고, 서울 갈 준비를 했다”며 “친척도 서울에 많아서 우리가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때와 달리 전 좌석 예매가 가능해진 올해 열차 이용 귀성객은 지난 명절보다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버스터미널도 북적…고속도로 정체 시작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도 역귀성에 나선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미리 만든 명절 음식과 특산품을 담은 아이스박스를 든 노부모들이 수도권행 버스에 속속 몸을 실었다.
광주에 거주하는 정점복(74) 할머니는 “인천에 사는 딸 집에 가는데, 자식들 보러 가니 너무 좋소”라고 버스에 올라타며 외쳤다.
청주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에는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태운 버스가 쉴 새 없이 오갔고 매표소 앞은 승차권을 사려는 시민들의 줄이 이어졌다.
오전 시간대 청주에서 부산, 대구, 광주 등으로 떠나는 버스 좌석은 한두 자리씩이라도 남았지만, 오후 시간대는 모두 매진이 된 상황이다.
대전복합 버스터미널도 오전부터 귀성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선물 보따리를 든 승객들은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모처럼 손님이 몰리는 탓에 터미널 인근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개했다.
터미널 안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금순(58) 씨는 “아침부터 김밥이나 라면을 드시러 온 손님들이 많았다”며 “올해는 추석 연휴도 짧아서 평소보다 음식 재료를 더 많이 준비했는데 다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모임 인원 제한 수 없이 맞는 첫 명절이다 보니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일찍 버스에 몸을 싣는 이들도 있었다.
연차를 내고 경남으로 향하는 김모(30)씨는 “고향 친구들이 올해는 다들 본가에 온다고 해 고향에 오래 있으려고 일부러 일찍 출발했다”며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들과 옛날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울산 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김모(30)씨는 “연휴가 좀 짧은 것 같아 하루 휴가를 내고 먼저 고향으로 가려 한다”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고향 집에 가지도 못했는데 모처럼 가는 만큼 부모님, 고향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다 오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는 추석을 맞아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상기된 얼굴로 귀성길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른 귀성길에 나선 차량도 늘면서 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이미 정체가 시작됐다.
오후 2시 기준으로 서울요금소에서 전국 주요 도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부산 6시간, 울산 5시간 40분, 대구 5시간, 목포 5시간 50분, 광주 5시간 10분, 대전 3시간 40분, 강릉 2시간 40분 등이다.
◇ 뱃길도 하늘길도 붐벼
제주와 부산, 인천 등 주요 공항과 항만도 귀성객과 관광객으로 붐볐다.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은 이날 오전부터 커다란 여행용 가방과 골프 가방, 선물 상자 등을 갖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추석 연휴 기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귀성객은 21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추석 연휴를 맞아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닷새간 항공기로 19만1천여명, 여객선 등 선박으로 2만6천여명 등 총 21만7천여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동기 21만4천259명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제주도관광협회는 “대한항공의 탑승률이 99.7%에 달하는 등 대형 항공사의 탑승률이 매우 높다”며 “공급석이 소폭 줄었지만, 탑승률이 높아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산 김해공항 국내선에서는 긴 연휴를 맞아 제주로 떠나는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가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은 한 손에 캐리어를 든 채 설레는 표정으로 공항을 찾았다.
추석을 맞아 연인과 제주도로 떠나는 허모(29)씨는 “추석 당일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연휴 전날인 오늘 일부러 하루 연차를 냈다”며 “이번 명절은 맘 편하게 푹 쉴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고 말했다.
인천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과 미추홀구 인천종합터미널도 귀성길에 나선 인파가 몰리며 북적였다.
인천∼백령도, 인천∼연평도 등 인천과 섬 지역을 오가는 14개 항로의 여객선 18척은 모두 정상 운항 중이다. 인천해양수산청은 이날 인천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1만2천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