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미국의 지도력 회복

글. 이선진 교수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미국이 중국 국가주석과 일본 총리를 미국으로 초청했고 한국,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금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이 아시아로 다시 눈을 돌리는 것은 미국 경제 회복을 배경으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재확인하고 일본-중국, 한국-일본 간 긴장 국면을 전환할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지역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첫째, 미국 아시아 중시정책(Rebalance to Asia)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 회귀(回歸)에서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단계를 높였지만 이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크리미아 사태, 미국 국내 사정 등으로 아시아 전략을 실행할 능력과 여유를 잃은 것 같다. 대 중국 정책도 경쟁과 협력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도 항공모함을 베트남 앞바다까지 띄우던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

이 지역 국가들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한층 높아지면서 과거 중국의 정책을 비판하던 나라들마저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중국이 제안한 아시아 인프라건설 은행(AIIB), 태국 군정 및 남중국해 관련 미국의 입장과 제안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의 지도력이 흔들린다.

미중 경쟁보다 위험한 중일 경쟁
둘째, 일본-중국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일본이 미국에 앞장서서 중국 견제를 주도하고 있다. 민족 감정이 개입하기 때문에 중일 경쟁은 미중 경쟁보다 훨씬 위험하다.

양국은 센가꾸(다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두고 서로 물러서지 않은 채 군비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조그만 사건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성마저 있다.

또한, 일본은 필리핀과 베트남에 경비정을 제공하고 중국의 동남아 진출 양대 관문인 베트남과 미얀마에서 반 중국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아베가 2007년 제안했던 인도·호주·미국이 함께하는 대중국 포위망 전략을 되살리려 한다.

아베는 중국 주변국들을 방문해 중국보다 더 큰 규모의 경제 지원과 투자를 약속하면서 중국 해양 실크로드의 진로 곳곳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있다. 동남아지역에서 아베의 행보는 마치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중일 경쟁이 더 이상 악화되면 미일 대 한중 대립으로 비쳐질까 우려된다.

실제 일부 일본 및 미국 언론들은 한국의 대중국 접근을 확대 보도·해석하기도 한다. 일본 TV에서 일미동맹과 대중국 견제를 토론하면서 한국을 아예 논의에서 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시각이 미국 여론에 반영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년은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은 이를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을 가질 계획이다. 중국 언론에 의하면 열병식은 국경일(10.1)이 아닌 항일전쟁기념일(9.3)에 열리고 많은 외국정상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사드’는 우리 안보에 도움 되는지 따져야
박 대통령이 시진핑의 초청을 받으면 사드(THAAD)에 이어 또다시 고민하게 생겼다. 한국의 선택은 중국이나 일본의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은 무엇보다 미국이 지도력을 발휘해 중국-일본 긴장 국면을 전환하려는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와 관련, 첫째, 한-일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한중일 관계 개선에도 역할을 다해야 한다. 다음달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3국 정상회의 개최도 추진해야 한다.

둘째, 대북한 대화 재개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러시아나 일본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 셋째, 사드(THAAD) 문제는 미국이나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기에 앞서 한국 안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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