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민 / SPH KV 10
불의 고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지진이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곳 중의 하나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남부에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었다. 실제로 1년에 한 번씩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인도네시아는 모든 지역의 건축물을 국립 기관(PUSKIM)에서 제공한 지진 기준 치수를 적용해 설계해야 한다.
특히 자카르타에 있는 건물들은 기본 지진 반영 내진설계 계수의 1.5배인 강도 높은 구조 설계가 요구된다.
지진에 대한 위험을 반영한 인도네시아 건물 설계의 가장 큰 특징은 아파트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아파트가 벽식 구조, 즉 벽이 기둥 없이 천장을 받치는 형태라면 인도네시아의 모든 아파트는 기둥식 구조, 즉 천장에 수평으로 설치한 보와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둥식 구조는 기둥과 천장, 바닥 판이 모두 연결돼 있어 붕괴 위험이 더 적고 외부 충격에 강하기 때문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서 적합하다.
아파트 내 구조 변경 외에 지진에 대처할 수 있는 설계 방법에는 내진, 면진 그리고 제진 세 종류가 있다.
내진은 면진과 제진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지진을 구조물의 내력으로 감당하는 개념으로 지진 발생 시 지진 하중에 저항할 수 있는 구조물의 단면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제진은 지진이 일어났을 때 구조물로 전달되는 지진에너지를 상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면진은 건물과 지반 사이에 고무 장치를 설치하여 분리하는 방식으로 땅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충격을 약화시킨다.
내진 설계로 지어진 인도네시아의 건물 중 하나는 빠당 시(Kota Padang)에 위치한 멀리아(Melia)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을 배경으로 안달라스 대학(Andalas University)에서는 면진 설계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바닥에 고정된 상태의 건물과 바닥과 분리된 상태의 건물을 2009년 빠당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강진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비교해 본 결과 바닥과 분리된 건물의 성능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내진은 앞서 나온 세 가지의 내진설계 방법 중 건물의 흔들림과 피해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지만 적용하는 과정에 큰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의 내진설계 지침은 한국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지침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는데 바로 건축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측과 시공사의 안일한 자세이다.
한 건축 전문가는 “인도네시아에 내진설계가 포함된 설계도를 무시하고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필요한 건축자재의 물량을 줄여서 시공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불법적인 설계도면을 눈 감고 통과시켜주는 부정부패들도 안전의 가장 큰 적이라고 뽑았다.
위치상 미래에 일어날 지진에 계속해서 대응해야 하는 인도네시아가 내진 설계의 바른 이행을 위해 더욱더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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