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코로나 백신 맞아야 하나요?

소아·청소년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상을 만 12세 미만의 초등학생까지 넓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전면등교에 즈음해 초등학교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특히 소아·청소년은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해 쉽게 감염될 수 있지만 무증상이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초등학생 백신 접종 확대에 군불이 지펴지는 배경이다.

“나도 힘들었는데 애들은 오죽하겠나”
일단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은 불편하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해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경기 고양시)는 “백신접종 부작용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데 ‘굳이 맞춰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성인인 나도 힘들었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한다면 주변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서울 성북구)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 맡긴다고 해놓고 계속 맞으라는 식의 정책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한다”며 “(백신을 맞지 않은 자녀가) 차별을 받더라도 맞힐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일 높은 백신 접종 완료율을 기반으로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다. 당초 방역당국은 80%에 육박하는 접종 완료율에 위중증률과 사망률만큼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를 비롯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위드 코로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백신 접종 대상 확대에는 위드 코로나를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키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미접종자가 대다수인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들은 만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다만 한국은 12세 미만에게 허용된 백신이 없어서 해외 사례와 관련 연구를 충분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초등학생도 코로나 백신 맞아야 하나요2미국 12세 미만 접종 시작…중국은 3세까지 의무화
이미 미국은 12세 미만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지난 2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11세 어린이들에게도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접종이 개시된 지 일주일(지난 10일 기준) 만에 90만명 가량이 1회 접종을 마쳤다. 이 기간 접종자와 예약자 규모는 이 연령대 2800만명의 5.7%이다.

중국은 대상 연령을 대폭 낮췄다. 지난 10월부터 3∼11세 아동을 상대로 접종을 시작했다.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집단면역을 위해 올해 안에 3∼11세 아동 1억6000만명 모두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방침이다.

이스라엘도 지난 7월 기저질환이 있는 5~11세 어린이에게 화이자 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또 모든 5∼11세 어린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칠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12세 미만 어린이들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도 12세 미만에 대해 백신 접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도 어린이 대상 백신 접종 승인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모더나는 최근 유럽약품의약청(EMA)에 6~11세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승인을 신청했다.

한국은 ‘신중모드’…“접종 타당성 자세히 검토”
방역당국은 12세 미만 백신 접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연구와 해외 상황을 검토한 뒤 실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백신 접종 최소 연령은 만 12세(초등 6학년)다.

김기남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12세 미만 백신 접종 여부는 다른 나라에서 접종 연령 하향이나 접종 사례, 접종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감시해야 하고 우리나라 코로나19 상황이라든지 접종의 타당성을 자세히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의들도 확실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국에서 12세 미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만큼 국내에서도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은 개인 건강상의 이득뿐 아니라 여러 영향들을 모두 검토해야 하는 만큼 현재 시점에서 접종 여부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은 현재 11세 미만 확진자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있어 접종을 시작한 것 같다”며 “아직 5~11세에 대한 연구 결과가 충분히 나오지 않은 상태인 만큼 해외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대규모 연구 결과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외 아이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접종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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