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5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팬데믹 이전보다 6% 낮아질 전망이다. 최악의 경제상황에 직면한 필리핀의 경우 1인당 소득이 당초 예상보다 12% 하락하고 빈곤, 실업 등으로 인해 필리핀의 정치적 위험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시아의 경제 회복을 위해 고려돼야 할 3가지 핵심 요소 중 첫 번째는 코로나19 통제 여부다. 팬데믹 대처 능력에 따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경제 상황은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국제무역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국의 봉쇄조치 완화와 재정부양이 확대되면서 동남아 국가들의 교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서구권의 개인보호장비(PPE) 및 전자제품 수요가 늘면서 동남아의 수출실적이 증가했다. 작년 중반까지 동남아의 상품 수출이 거의 1/5이 감소했지만 10월에는 팬데믹 이전 상황을 소폭 상회했다.
거시 경제정책의 추진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와 태국을 제외한 동남아 국가들의 지난해 코로나19 경기 부양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 정도로 서구권의 13.5%에 비해 미흡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재정정책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경기 부양책뿐만 아니라 특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경우 중앙은행이 코로나 19발 경기침체 탈출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양국 중앙은행은 발병 후 심각한 자본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과거에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더 심각한 자본 유출이 발생했으나 그동안 양국 중앙은행이 쌓아온 신용도와 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로 자본 유출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①코로나19 통제 ②국제무역의 역할 ③거시 경제정책 추진력 등이 경제 회복의 주요 변수다. 현재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으며 변이 바이러스도 발견돼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만이 올해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보호장비와 전자제품의 해외수요가 낮아지더라도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유지된다면 동남아의 교역 회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은 1.9조 달러의 추가 부양에 나서면서 미국의 총 재정부양 규모는 GDP의 13%로 늘어났으며 정확한 승수효과 파악은 어렵지만 미국의 수요 증대가 세계무역 증대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진국의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은 동남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선진국의 금리 인상은 동남아 국가의 차입비용 증대로 이어져 경제 회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과거 인도네시아의 금융 시장을 교란시킨 2013년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오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동남아시아의 포스트 팬데믹 회복 전망’ 보고서 /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