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07일)
장세라의
아동심리치료 이야기 (31);
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mail protected]
http://blog.naver.com/sj2azure
첫 단추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
자녀를 키우다 보면 내 속에서 나온 자식이 분명한데도 너무나도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자녀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부모님들도 자녀만큼이나 할 말이 참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자녀들도 그리고 부모들도 각자의 이슈와 스토리가 있다. 다만 내 자녀이기 때문에, 닮은 듯한 외모 때문에, 부모라는 타이틀 때문에 부모와 자녀는 서로의 스토리를 이해하려 하기 보다 상대가 당연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에서부터 오류는 발생한다. 아무리 비슷해 보이고, 문득문득 자녀의 모습에서 부모인 내 모습이 보인다 하더라도 항상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자녀 역시 부모를 자신의 잣대로 이해하려 해서는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가 없다. 꼭 세대차이 때문이 아니다. 아이들과 부모는 닮은 듯 보여도 전혀 다르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
(1) 타고난 성향과 기질
인간은 누구나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기질이 있다. 부모와 자녀라고 하여 동일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기질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 후 환경에 의해 성향이나 성격이 또 다른 변화를 겪는다.
즉 자녀의 타고난 기질이 혹 부모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환경적으로 동일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자녀가 부모와 동일한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부모와 자녀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부모 밑에서 너무나도 다른 형제들이 태어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 주변인물
타고난 성향과 기질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많은 인물들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는 동일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부모가 자라면서 만났던 부모님, 선생님, 그 외에 많은 스쳐 지나간 사람들 모두가 동일하지 않을뿐더러 그 주변인물들 모두 너무나도 다른 삶의 스토리를 가지고 성격과 인생을 만들어온 이들이기에, 주변을 구성하는 인물들이 다른 이상 동일한 삶의 영향을 받을 수 없고 덕분에 부모와 자녀는 동일한 스토리가 아닌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밖에 없게 된다.
(3) 사건
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당연히 동일할 수 없다. 부모의 인생에는 자녀와는 다른 시대적 배경이 있고 그에 따라 벌어지는 사건들이 있다.
물론 돌고 도는 역사와 사건들로 인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는 있으나 부모 혹은 자녀가 당신이 경험한 사건을 토대로 상대에게 모든 사고와 행동을 강요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차라리 타인을 대하듯
그러므로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 ‘자녀’라는 타이틀로 함께 묶어 이들을 대할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을 각기 다른 인격체로 타인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여기서 타인을 대하듯 하라는 뜻은 무관심하라는 취지의 말이 아니라 그만큼 조심스럽게 대하라는 뜻이다. 사실 하루 온종일 함께 하고 부모를 의존하는 자녀를 타인 대하듯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머릿속에 자녀가 우리와는 같은 수 없는 존재임을 늘 각인 시켜 두어야 한다.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행동에 큰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타인을 대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당사자를 어느 정도 알게 되기까지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우리는 그와 같은 태도를 자녀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도 자녀도 서로를 다 알고 있다는 오만을 버리고, 각자를 한 명의 다른 스토리를 가진 사람으로 이해해가려는 노력을 할 때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