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의 부코핀은행(Bank Bukopin)의 추가 지분매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신남방정책 거점지역인 인도네시아를 향한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필요하지만, 자칫 현지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지분 최소 30%를 추가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코핀은행은 현지 14위권(자산 기준) 은행이다. 소매금융을 주로 다루는 덕에 지점망만 300개가 넘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천140억원을 들여 부코핀 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취득한 지분은 22%다. 최대주주인 보소와그룹(23.4%)과의 지분율 차이는 1.4%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를 찾았던 허인 행장은 보소와그룹 관계자들과 회동하며 추가 지분매입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분인수에 성공하면 국민은행은 부코핀 은행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회사가 현지 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1+1’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가 없는 인도네시아에 은행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며 부실 은행도 급증하자 이를 줄이기 위한 당국의 조치다. 통상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패키지 M&A를 해왔다.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2월 아그리스은행을 인수한 뒤 4월에 미트라니아가은행을 추가 인수해 합병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루피아 가치가 급락하는 등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국민은행 내부에선 추가적인 지분 투자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악화한 건전성 문제로 국민은행의 자금을 수혈 받은 부코핀 은행도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는 등 내실경영에 집중하는 만큼 추가 M&A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신한카드의 신한인도파이낸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신한카드를 이끌었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현지 최대그룹인 살림그룹(Salim Group)과 합작해 설립했지만 적자다. 지난해 말 신한카드가 자본확충에 나섰으나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카드가 무리하게 부실을 떠안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금융회사들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국민은행이 오래전부터 공들인 지역이라는 점에서 부코핀은행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을 역임했던 2003년 뱅크인터내셔널인도네시아(BII) 지분 14%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715억원을 투자한 이 M&A는 이후 투자금의 4배가 넘는 3천억원의 이익을 안겼다. 5년 뒤 강정원 전 행장은 3천750억원에 BII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윤 회장을 비롯해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이 매각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이에 두 번째 인도네시아 진출의 교두보가 된 부코핀은행은 현지 영업을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지 상황상 자산 순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며 “구조상 부실된 자산을 인수하는 게 불가피한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얼마나 가격을 낮출 수 있느냐에 따라 협상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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