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5.5% 인상한 베트남…현지진출기업 인건비 부담은

2017년부터 한자릿수 인상률...현지기업 "사회보험 등 실제 인건비 부담은 더 커"

베트남이 내년 최저임금을 5.5% 인상하기로 최종 결정한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인건비 부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KOTRA 베트남 호치민무역관에 따르면 지난 11일 베트남 임금위원회는 2020년 최저임금을 평균 5.5% 인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앞서 6월 14일에 정부, 사용자, 노동자로 구성된 3자 논의에서 노동자측인 베트남 노동총연맹(VGCL)은 8.18% 인상안을, 사용자측인 베트남 상공회의소(VCCI)는 2%대 인상을 제시했다.

이후 추가 논의에서 양측은 각각 6.7%, 4% 인상이라는 조정안을 제시했고 베트남 임금위원회는 최종적으로 2020년 5.5%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 6.7% vs 4% 인상안 제시…5.5%로 결정

이번 임금 인상 결정으로 베트남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내년부터 지역별로 최소 15만 동(7635원)에서 최고 24만 동(1만2216원)까지 상승한다.

지역별로는 호치민시, 하노이와 같은 대도시가 포함돼 있는 1지역이 월급여기준으로 442만 동(22만5000원), 2지역 392만 동(20만원), 3지역 343만 동(17만5000원), 4지역 307만 동(15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참고로 베트남은 63개시-성을 1~4 지역으로 분류한 지역별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임금인상안에 대해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조안머우집(Doan Mau Diep) 차관은 “현재 최저임금이 대다수 노동자들의 최소생계수준 95%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이번 임금 인상 결정으로 그들의 삶이 좀 더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동자 측인 베트남 노동총연맹 노동관계국 레딘꽝(Le Dinh Quang) 부국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주들의 부담을 높이기도 하지만 노동자들로 하여금 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장려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최종 합의안이 6%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5.5%는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중간지대(middle ground)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측인 베트남 상공회의소 황광퐁(Hoang Quang Phong) 부회장은 “이번 협상 결과는 재계에 반갑지 않지만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기꺼이 공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 최근 한자릿수 인상률…사용자 “실제 부담은 더 커”

베트남 최저임금인상률 추이(단위=%). 자료=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베트남 최저임금인상률 추이(단위=%). 자료=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최근 베트남 최저임금 인상률은 하락 추세로 2017년부터 한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 중이다. 이번 5.5%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은 베트남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인 4%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평가이지만 실제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은 많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최근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고 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각종 사회보험비용 등을 합하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KOTRA 호치민무역관은 “최근 베트남 노동법 개정안 쟁점 중 하나인 추가근무시간 증가가 올해 10월 국회 심사를 통과한다면 노동자들의 초과근무 수당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사용자들은 인건비는 매년 상승하지만 생산성은 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고 전했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