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아이 콤플렉스

(Monday, May 26, 2014)

특별기획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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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go.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Frozen:겨울왕국> OST 중에서도 유난히 인기가 많았던 주제곡이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자신의 능력이 남들에게 해가 될까 일생을 방 안에서 갇혀 지내 던 언니 엘사가 특별한 계기로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들키게 되면서 모든 것을 흘러가는 데로 두자는 의미를 담고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가사를 보면, 엘사가 부모의 요구에 의해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늘 착한아이이기를 요구 받았었고, 하늘만은 자신이 노력했다는 것을 알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 주인공의 심정을 잘 알 수 있다. 엘사는 노래한다.

이제 완벽했던 그 소녀는 더 이상 없다고. 그냥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봐주자고,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둬도 된다고, 이제 옳고 그름과 규정으로부터 벗어나서 진짜 ‘나’에 대해 알아 가보자고 말이다.

이 애니메이션에, 이 노래에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열광했을까? 물론 예쁜 영상과 아름다운 선율도 한 몫 했겠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 이 주인공의 상황과 노래가사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착한아이 콤플렉스란 무엇일까?

 

단순한 반항이 아닐지도 모른다 

유난히 말을 잘 듣고, 어디 내놓아도 늘 칭찬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답지 않게 늘 질서 있고, 어른들의 눈에 거스르는 행동은 일체 하지 않는 아이들. 겉으로 보기에는 참 ‘착한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는 아이일 수 있다.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착한 아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자기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누르고 부모나 어른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

내면의 좋고 싫음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을 상실한 아이들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이 아이들은 착하지 않으면 사랑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부모가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행동을 아이들이 보여야만 ‘착한 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 혹은 상당히 엄격한 경우, 아이들이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곤 한다.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착화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눈치를 보며 타인과의 갈등상황을 피하려 한다.

타인의 기대에 어긋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탈을 용납하지 않고, 타인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덕분에 타인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비춰질 수는 있으나 반면 언제나 자신의 내면은 위축되어 있고 우울한 감정으로 가득 차게 된다.

강박증과 공황 장애로 이어지기도 하며, 자녀를 낳게 되는 경우 유사한 양육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순종적이기만 했던 유아가 부모의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든지, 청소년기 자녀가 부모와 대립한다든지, 성인이 된 자녀가 갑자기 유난히 스스로의 목소리를 높인다든지 하는 행동들을 속된말로 머리가 컸다고 하는 반항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물론 그 중에는 다른 이유에서 비롯된 문제행동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한번쯤은 내 자녀가 보이는 행동이 아무 이유 없는 반항인지 혹은 자신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몸부림인지 살펴봐 줄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의견이나 목소리는 늘 거부되고 오로지 부모의 생각을 강요 받는 환경에 대한 투쟁일 수도 있고,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온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제는 스스로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주고자 치르는 싸움일 수도 있다.

 

때로는 거절도 할 수 있는 아이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지닌 아이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누군가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의 의견이 없고, 그저 누군가에게 이끌려 다니는 삶을 살면서, 때때로 이런 스스로에 자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 자녀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과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거절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성찰하고 의견을 표현할 줄 알며 필요할 때는 거절도 잘 할 수 있는 아이로 양육할 수 있을까?

1) 내 아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의 뜻대로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보자.

이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똑 같은 사람은 없다. 각자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다른 인격체이다.
우리는 ‘효’라는 말로 자녀들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녀가 부모의 생각에 반하는 의견이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부적절한 행동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평소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또 다른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 생각과 의견이 부모와는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주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자연히 아이들은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어 있다.

2) 하늘 같은 부모도 의견을 굽힐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의견을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의 의견이 더 낫다면 내 생각을 바꿀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도 5살배기 딸아이의 의견이 참 미성숙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가끔은 일부러 나의 의견을 굽히려 노력한다.

엄마 생각은 이러하지만 너의 의견대로 해보자고 말한다. 아이들도 부모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한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다.

아이의 의견이 때때로 맞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내 의견을 고집하던 것에 반성하고 아이의 의견을 인정해주면 된다.

아이의 의견이 틀릴 때면 아이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엄마 말이 맞았구나’ 스스로 체험을 통해 깨닫는 모습을. 말로 엄마가 맞았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아이는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부모도 필요할 때는 타협이 가능한 대상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는 누군가와 타협하는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게 되며, 때로는 거절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