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 무사증 시대, 준비는 됐나

‘2025 Jakarta K-Food Fair’ 현장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한류팬. 2025.7.13. 사진 aT센터
할랄 인프라·언어 장벽·제도적 준비는… 환영 간판 뒤 곳곳에 빈틈
법무부, 5월 28일부터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 한시 무사증 시범 시행 발표…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

대한민국 법무부(장관 정성호)가 오는 5월 28일부터 올해 12월까지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 무사증 제도를 시범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5일 대통령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이 제도는 인도네시아 현지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단체에 한해 적용되며, 입국 후 15일간 국내 전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방한 관광객은 2023년 25만여 명에서 2025년 현재 36만여 명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문호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내수 진작과 지역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K-콘텐츠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의 높은 관심을 실제 방한 관광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와 관광업계에서는 “문은 활짝 열었지만, 집 안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5월 28일부터 인도네시아 3인 이상 단체관광객 ‘무사증’ 입국 전격 시행
무슬림 관광객 할랄 인프라 준비안된 환대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 보유국이다. 방문객 절대다수가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Halal) 식품만을 섭취하며, 하루 다섯 차례의 예배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국내 할랄 인증 음식점은 수도권 일부에 편중돼 있으며, 지방 관광지에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가 지역 민생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도 지방 할랄 인프라 확충 계획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해 놓고 먹거리 하나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면, 재방문은 고사하고 첫 방문조차 실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언어 장벽: 바하사 인도네시아어 통역 인력 태부족

인도네시아의 공용어는 바하사 인도네시아어(bahasa Indonesia)다. 영어 구사 능력이 제한적인 관광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광 현장에서 인도네시아어 통역·안내 서비스는 현저히 부족하다. 관광지 안내판, 메뉴판, 교통 안내 등 어느 것 하나 인도네시아어로 제공되는 곳은 드물다.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 관광은 불편을 넘어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 장벽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엄격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까다로운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자격 미취득자는 유료 통역 가이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현재 인도네시아어 자격 취득자 수는 수요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관광객 유입은 늘리면서 이를 뒷받침할 안내 인력 공급 체계는 갖추지 못한 것이다.

바가지요금과 자릿세, 신뢰를 갉아먹는 고질병

외국인 관광객을 향한 바가지요금과 이른바 ‘자릿세’ 관행은 한국 관광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일부 음식점과 노점에서는 외국인에게만 별도 요금을 부과하거나, 좌석 이용에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SNS를 통해 부정적 경험이 순식간에 확산되는 시대에, 단 한 건의 바가지 사례가 수만 명의 잠재 관광객을 돌려세울 수 있다. 무사증으로 입국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관광 현장의 신뢰 회복 대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불법체류 우려, 관리 체계의 실효성이 관건

정부는 단체관광객 명단을 사전에 점검해 입국규제자 및 과거 불법체류 전력자의 악용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전 명단 심사만으로 입국 후 이탈을 완전히 방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3인 이상 단체 요건이 형식적으로 충족된 뒤 국내 입국 즉시 개별 행동으로 전환하는 편법이 발생할 경우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 실시간 동향 파악, 여행사 책임 강화, 위반 시 제재 규정 등 보다 촘촘한 사후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제도는 준비다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 무사증 제도는 양국 관계 증진과 관광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입국 절차 간소화가 곧 성공적인 관광 경험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할랄 인프라 확충, 인도네시아어 통역 인력 양성 및 자격제도 유연화, 바가지요금 단속 강화, 실효적 불법체류 방지 체계 구축 등 세부 과제들이 함께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제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반쪽짜리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문은 열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방문객이 그 문을 다시 닫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 현장의 준비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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