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니-일본, ‘국방협력약정(DCA)’ 공식 서명… 무기 체계 개발 및 기술 이전 가속화
일본의 적극적인 동남아 방산 시장 진출, 한국 KF-21 등 기존 수출 파트너십에 변수 될 듯
인도네시아와 일본이 양국 간 국방 및 방위산업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새로운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이는 일본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본격적인 행보로 풀이되며, 그간 인도네시아를 동남아시아 핵심 수출 거점으로 삼아온 한국 방위산업(K-방산) 수출 전선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인니·일본, 2026 국방장관 회담서 ‘역사적 이정표’ 수립
지난 2026년 5월 4일(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부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에서 샤프리에 샴소에딘(Sjafrie Sjamsoeddin) 인도네시아 국방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Koizumi Shinjiro) 일본 방위대신이 ‘2026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새로운 국방협력약정(DCA, Defense Cooperation Arrangement)에 공식 서명했다. 고이즈미 방위대신은 앞서 발리에서 샤프리에 장관과 공식 만찬 등 초기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할림 페르다나쿠수마 공항을 통해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샤프리에 장관은 이번 회담 직후 “오늘 우리는 2026년도 제1차 인도네시아-일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했으며, 이는 양국 국방부가 상호 존중과 이익을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측은 방산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과 더불어 각국의 국익을 고려한 인력 양성 분야의 협력도 강력히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단연 ‘방위산업 및 기술 협력’이다. 샤프리에 장관은 일본과의 방산 협력이 인도네시아 국내 방위산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전략적 조치임을 거듭 강조했다. 주요 무기 체계 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보유한 일본으로부터 기술 및 지식을 이전받아 자국 방산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고이즈미 방위대신 역시 이번 약정 체결에 대해 “샤프리에 장관께서 양국의 미래 국방 협력 방향을 제시할 큰 나침반으로서 DCA 수립을 제안하셨고, 오늘 그 결실을 맺었다”며 “오늘은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국방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이정표”라고 화답했다. 양국은 방산 외에도 재난 대응을 포함한 인도주의적 임무 분야에서도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 무기 공급원 다변화 노리는 인니, 적극적 방산 수출 나선 일본
이번 협정은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다. 최근 수년간 일본은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완화하며 군사 기술 수출과 동남아시아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역량 강화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평화주의 국가’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하고 역내 안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방위산업을 외교적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도 이번 협력은 단순한 무기 체계 현대화를 넘어선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특정 국가에 대한 군사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 아시아의 두 경제 강국인 양국은 전략적 해상 항로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법 기반 질서 유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며, 안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
◆ K-방산 수출에 미치는 영향… “경쟁 격화 불가피, 전략 수정 시급”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방산 밀착은 한국 방위산업계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T-50i 고등훈련기, KT-1B 기본훈련기, 장보고급 잠수함 등을 도입한 K-방산의 오랜 큰손이자 핵심 파트너다. 특히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공동 개발 사업을 함께 추진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방산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가 KF-21 분담금 납부를 지연시키고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를 대량 구매하는 등 공급원 다변화 행보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본격적인 진입은 한국에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막강한 자본력과 기초 과학기술력, 그리고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금융 지원을 무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경우, 가성비와 빠른 납기를 무기로 삼았던 K-방산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가 기대하는 ‘핵심 기술 이전’ 부문에서 일본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경우, 향후 잠수함, 호위함 등 해양 무기 체계는 물론 항공 분야에서도 한국 대신 일본의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것은 한국 방산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경고등”이라며 “인니-일본 DCA 체결을 계기로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 역시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선 고도화된 기술 이전 패키지, 맞춤형 금융 지원 확대, 그리고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과 연계한 포괄적 방산 외교 전략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적극적인 등판으로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K-방산이 지금까지의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 파트너십을 재점검하고 차별화된 수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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