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 20년 숙원 이뤄

푸안 마하라니 DPR 의장

인도네시아 입법부인 하원 국민대표회의(DPR)가 가사노동자 보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을 마침내 확정했다.

DPR은 지난 4월 21일 전체 회의에서 가사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초안(Undang-Undang tentang Perlindungan Pekerja Rumah Tangga 이하 RUU PPRT)을 최종 법률로 승인하며, 그간 방치돼 왔던 가사노동자 권익 보호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번 결정은 2004년 처음 제안된 이후 20년 넘게 이어져 온 논의의 종지부로 평가된다.

이번 법률 제정은 푸안 마하라니 DPR 의장의 주재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단행됐다. 전체 의원 578명 중 3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석 의원들은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RUU PPRT의 법제화를 가결했다. 특히 푸안 의장은 회의 직후 의원들에게 “이제 각 정당에 RUU PPRT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자 합니다.

가사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초안이 법률로 승인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고, 참석 의원들은 일제히 **“동의합니다”**라고 답했다. 이 과정은 장기간 이어온 사회적 요구가 제도화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오랜 여정과 역동적인 논의의 결실

이번 입법 성과는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수많은 쟁점과 이해관계 조율을 거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률 제정 전날인 4월 20일, DPR 입법위원회인 Baleg와 정부 간 1단계 논의에서 초안이 이미 승인된 바 있으며, 이후 각 정당은 최종 결정을 위해 이를 전체 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법률안 문구 조율 과정은 상당히 치열했다. DPR Baleg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밥 하산 의원은 논의 과정에서 **수백 개의 문제 목록(DIM)**이 검토됐으며, 이를 토대로 보다 포괄적인 법률안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하산 위원장은 RUU PPRT가 12개 장과 37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가사노동자 보호의 여러 측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실무위원회(Panja) 논의가 “건설적인 논쟁” 속에서 역동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제출한 409개의 DIM 가운데 23개는 유지, 55개는 편집, 23개는 새로운 내용 추가, 100개는 삭제되는 등 방대한 조율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법률안은 단지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가사노동자들이 직면해 온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규범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하산 위원장은 이번 입법이 가사노동자들이 겪어 온 불합리와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목적…‘법적 우산’ 마련

이번에 제정된 **UU PPRT(가사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는 그동안 공식적인 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사노동자들에게 지위·권리·보호를 부여하는 법적 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가사노동자들이 비공식 부문에서 일해 오며 법적 보호의 공백을 경험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법률은 사실상 **‘법적 우산’**을 씌우는 조치로 평가된다.

법률에는 근로 관계, 근로 시간, 임금, 사회 보장 등 핵심적인 근로 조건이 명시된다. 이는 고용 관계의 불명확성, 근로 시간 및 임금 산정의 불투명성, 사회보험 미적용 등 그간 반복돼 온 문제들을 줄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한 법은 가족주의 원칙과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즉, 가사노동을 단순한 ‘가정 내 도움’으로 축소해 인권과 노동권을 후순위로 밀어내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향성이 드러난다.

고용 및 배치 체계와 관련해서도 규정이 제시된다. 법률은 직접 고용 또는 가사노동자 배치 회사인 P3RT를 통한 채용 절차를 명시함으로써 고용 과정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려 한다. 특히 건강 및 고용 사회 보장을 규정해, 가사노동자가 업무 과정에서 겪는 위험과 불안정성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도록 하는 장치가 포함됐다.

착취·폭력 금지와 감독 체계…권리 침해 차단

UU PPRT는 착취 행위를 금지하고, 폭력과 권리 침해로부터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메커니즘도 포함한다. 이는 그간 가사노동자들이 겪은 학대나 불공정한 처우가 단지 개인 간 문제로 치부돼 사회·법적 대응이 제한적이었던 현실을 고려할 때, 제도적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아울러 가사노동자 제도의 감독은 정부 중앙 및 지방 정부가 맡되, 지역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감시와 평가가 행정기관 단독이 아니라 공동체 기반으로 이뤄지도록 설계한 것으로, 현장의 지속적 관리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로 여겨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법률 제정을 가사노동자에게 적절한 근로 기준(decent work)을 보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가 이 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법 시행 과정에서 어떤 감독 인프라와 지원 정책이 마련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르티니의 날’과 맞물린 제정…상징성도 커

이번 RUU PPRT의 제정이 카르티니의 날(4월 21일)과 같은 날 이뤄졌다는 점은 강력한 상징성을 부여했다. 사리 율리아티 DPR 부의장은 “카르티니의 날과 동시에 UU PPRT가 제정된 것은 R.A. 카르티니의 투쟁 정신이 국가가 정의를 구현하려는 노력, 특히 대다수가 여성인 가사노동자를 위한 노력 속에 계속 살아있다는 강력한 상징이 된다”고 말했다.

카르티니는 인도네시아 여성의 권리와 교육, 사회적 자각을 상징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법 제정은 단순한 노동정책을 넘어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노동 세계에서 성 평등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수백만 가사노동자의 ‘정식 노동자’ 인정 기대

이번 법률 제정으로 인도네시아의 수백만 가사노동자들은 앞으로 보호와 복지, 정식 노동자로서의 인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법적 보호가 약하거나 불명확했던 영역에서 최소한의 권리 기준이 설정됨에 따라, 가사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 환경 개선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DPR의 이번 만장일치 가결은 장기간의 논쟁과 조율 끝에 도달한 결실로 평가된다. 2004년 처음 제안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국가가 가사노동자를 더 이상 ‘사적 영역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만 취급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만큼, 향후 법 시행을 위한 후속 절차와 제도 정비가 주목된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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