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 강화 vs. 경제성 논란…산업계 일각서 우려 목소리도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정부가 오는 2026년 7월 1일부터 바이오디젤 50% 혼합 의무화 정책, 이른바 ‘B50’을 전면 시행할 방침을 공식화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팜원유(CPO, Crude Palm Oil) 350만 톤 전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정책은 수입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산업계 관계자들은 경제적 타당성 문제를 이유로 정책 시행 보류를 촉구하고 있어,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논쟁이 예상된다.
■ 농업부 장관, CPO 350만 톤 전환 계획 공식 발표
안디 암란 술라이만(Andi Amran Sulaiman) 인도네시아 농업부 장관은 지난 2026년 4월 7일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에서 열린 공식 석상에서, B50 바이오디젤 의무화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약 350만 톤에 달하는 팜원유를 기존 수출 할당량으로부터 전환하여 국내 바이오 연료 생산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도네시아 국영 통신사 안타라(ANTARA)를 통해 공식 보도된 내용으로, 정부의 B50 추진 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암란 장관은 “CPO 중 530만 톤을 바이오 연료로 만드는 것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라고 강조하며, B50 프로그램 전반을 위해 필요한 CPO의 총 수요량이 약 530만 톤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가운데 350만 톤이 국내 식물성 기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출 물량에서 전환될 예정이며, 나머지 수요는 별도의 조달 경로를 통해 충당될 것임을 시사했다.
■ CPO 생산량 증가가 정책 추진의 배경
암란 장관은 이번 정책 추진의 현실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도네시아의 CPO 생산량 급증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CPO 수출량은 과거 약 2,600만 톤 수준이었으나, 최근 들어 국내 생산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현재는 약 3,200만 톤까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약 600만 톤에 달하는 생산량 증가로, 세계 팜유 가격 상승이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자극하고 경작 면적 확대 및 단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암란 장관은 이러한 생산량 증가를 바탕으로 “수출 실적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국내 바이오 연료 수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으며, 수출과 국내 소비 두 가지 모두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즉, B50을 위한 CPO 350만 톤의 국내 전환이 기존 수출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 범부처 협력 체계 구축…에너지광물자원부와 공동 추진
암란 장관은 B50 정책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부처 간 긴밀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광물자원부와의 협업이 핵심 축을 이루고 있으며, 그는 “올해 B50이 달성될 것”이라고 확언하며 “바흘릴(Bahlil)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모든 관련 부처 및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란 장관은 또한 CPO를 바이오 연료 원료로 적극 활용하는 이번 정책이 국제 팜유 시장에서의 인도네시아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에너지 부문의 자급자족 능력을 갖춘 국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팜유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경제조정부 장관 “페르타미나, 혼합 준비 완료”
아일랑가 하르타르토(Airlangga Hartarto) 경제조정부 장관도 B50 바이오디젤 정책이 예정대로 2026년 7월 1일부터 발효될 것임을 재확인하며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를 뒷받침했다. 아일랑가 장관은 최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Pertamina)는 바이오디젤 혼합을 실행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밝히며, B50의 본격 시행이 화석 기반 연료 사용량을 약 400만 킬로리터(kL) 절감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일랑가 장관은 B50 도입이 단순히 화석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환경적 효과에 그치지 않고,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 수입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국가 재정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에너지 자립 및 효율화 노력의 중요한 이정표로 삼고, 이행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현재 인도네시아는 2025년 1월 1일부터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을 40% 혼합한 디젤, 즉 B40 의무화 정책을 적용하고 있으며, B50은 이를 한 단계 더 높인 조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B20에서 B30, B35, B40으로 단계적으로 혼합 비율을 높여온 바 있으며, B50은 이러한 장기 로드맵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 산업계 일각 “경제성 없다”…B50 보류 촉구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달리, 산업계 일각에서는 B50 정책의 경제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행 보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 팜유위원회(DMSI)의 사하트 시나가(Sahat Sinaga) 총재는 이번 정책이 경제적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B50 도입을 서두르기보다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하트 총재는 “논리적이지 않다면 건너뛰어야 한다. 나는 B50을 추진할 논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며 강한 어조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논거는 CPO 기반 바이오디젤과 화석 연료 사이의 현저한 가격 격차다. 현재 국제 시장에서 CPO의 가격은 톤당 약 920달러 수준으로, 여기에 생산 비용 및 정제 비용까지 더하면 바이오디젤의 실질 생산 원가는 배럴당 약 70달러 수준인 원유 가격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하트 총재는 이처럼 비용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B50을 강제 의무화할 경우, 정부가 그 가격 차이를 메우기 위한 막대한 보조금 부담을 떠안게 되거나, 반대로 소비자 및 산업계의 연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의 국제 유가 수준과 CPO 가격 구조를 감안할 때 B50의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정책 결정 전에 보다 면밀한 비용-편익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이번 B50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에너지 정책의 차원을 넘어, 인도네시아의 농업·경제·환경·외교 정책 전반과 복잡하게 맞닿아 있다. B50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화석 연료 수입 비용을 절감하고, 팜유 농가의 소득 안정화 및 국내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탄소 배출량 감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제 팜유 시장에서 인도네시아의 수출 경쟁력이 일정 부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입국들이 이미 인도네시아산 팜유에 대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 연료 수요 충족을 위한 수출 물량 전환이 장기적으로 수출 시장에서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B50 정책의 성패가 정부 보조금 구조의 지속 가능성, 페르타미나의 혼합 및 유통 인프라 확충 속도, 그리고 국제 CPO 및 원유 가격의 향방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CPO 가격이 높고 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면에서는 B50의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비판론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산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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