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날

너희 집 다 와 간다는 전화 한 통
골목길 나와보니
어머니는 복날이라 수박 하나
가슴에 안고 눈을 찡그린 채
조심조심 걸어오십니다

불볕은 정수리를 겨누다
빨간 칼날이 되어
가슴에 안은 수박을 찔렀습니다

석류알 같은 땀방울이
턱 아래로 쏟아집니다
빨간 여름이 옷깃 속으로 흘러내립니다

서둘러 받아 든 수박 한 덩이가
데일 듯 뜨거워 손끝이 놀랐을 때
나는 그 자리 그대로
땡볕 아래 얼음이 되었습니다

 

시작 노트:

‘가족’이 소재가 되는 작품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족’의 존재가 바로 나의 존재의 근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가 존재할 수 있고, 무한정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가족’이, 복날, 수박을 이고 오는 어머님의 모습으로 오버랩됩니다. 수박을 안고 조심 걸어오시는 어머니에게서 “불볕은 정수리를 겨누다/ 빨간 칼날이 되어/ 가슴에 안은 수박을 찔렀”고 “석류알 같은 땀방울이/ 턱 아래로 쏟아집니다.” “데일 듯 뜨거워 손끝이 놀랐을 때”, 사랑의 온도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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