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프라보워 대통령, 긴급 에너지 안보 점검 나서

▲ 바흘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장관 (Foto- Instagram @bahlillahadalia)

바흘릴 장관 “국가 연료 비축량 20일치 안정적 유지”…유가 급등·공급 불안 속 정부 총력 대응 천명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주요 각료들을 소집해 긴급 제한회의를 개최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국내 에너지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범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를 신속히 가동하고 있다.

■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단행…중동 위기,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26년 2월 28일(토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일자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상대로 합동 군사 공격을 전격 감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공습을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이란은 즉각적으로 강경 보복 조치에 돌입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 및 중동 전역의 미군 주둔 군사 기지들을 향해 탄도 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대규모로 발사하며 보복 공격을 개시했고, 이와 동시에 전략적 요충지이자 세계 원유 교역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해상 교통로로,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경유한다. 따라서 이번 봉쇄 조치는 단순히 중동 지역 내의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분쟁의 확산세는 현재 진정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2026년 3월 2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Daily Mail)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향후 최대 4주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설정한 전략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이란에 대한 폭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거듭 천명하면서, 미국 측에서도 추가적인 인명 피해가 불가피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이다.

■ 국제 유가, 개장과 동시에 12% 급등…브렌트유 배럴당 78달러 돌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원유 시장은 즉각적이고 급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2026년 3월 2일 월요일 국제 원유 시장 개장 직후,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의 분쟁 격화 소식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충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유가가 폭등세를 연출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의 집계에 따르면,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지표인 브렌트유(Brent Crude)는 개장 직후 한때 전일 종가 대비 12%에 달하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78.2달러를 상회하며 2026년 2월 28일 종가인 배럴당 72.8달러와 비교해 5달러 이상 뛰어올랐다.

미국 원유 가격의 기준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West Texas Intermediate)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며 배럴당 약 71.9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6년 2월 28일 WTI 종가인 배럴당 67.2달러와 비교했을 때 4달러 이상 오른 수치로, 에너지 시장의 불안 심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세 자릿수 시대로 재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봉쇄 사태가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의 전면전 양상과 맞물려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유가 변동성 확대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프라보워 대통령, 긴급 제한회의 소집…에너지 안보 점검 총지휘

이러한 긴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2026년 3월 2일 월요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주요 각료들을 긴급 소집해 에너지 안보 관련 제한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급박한 국제적 변수가 인도네시아 국내 에너지 부문, 나아가 국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신속히 파악하고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자국이 보유했던 산유국 위상은 상당히 퇴색된 상황이다. 국내 원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어 현재 인도네시아는 국내 소비 수요의 상당 부분을 수입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점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국제적 공급 교란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사태 초기부터 직접 에너지 안보 점검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국가적 취약성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 바흘릴 장관, “연료 비축량 20일치…르바란 앞두고 더욱 철저히 관리”

이번 긴급 제한회의에 참석한 핵심 인사는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에스데엠) 장관 바흘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였다. 바흘릴 장관은 회의에서 세계 원유 공급 현황과 인도네시아 국내 에너지 비축 실태에 관한 최신 현황을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

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바흘릴 장관은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최신 지정학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가적 대비책을 점검하는 데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바흘릴 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봉쇄 사태로 인한 세계 원유 공급 혼란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국내 연료 비축량이 약 20일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세계 원유 공급 변화에 우리는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수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곧 다가올 르바란(이슬람 명절) 시즌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바흘릴 장관은 대통령궁 단지에서 취재진에게 이같이 밝혔다.

르바란은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를 일컫는 인도네시아식 표현으로, 라마단(금식의 달)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찾아온다. 이 기간에는 전국적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고 각종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수요가 평시 대비 크게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르바란을 눈앞에 두고 이번과 같은 국제 에너지 공급 불안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는 한층 긴박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바흘릴 장관은 국민들을 향해 국내 연료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확언하면서, 불필요한 사재기나 공황 구매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향후 20일 이내에는 충분한 수준의 비축량이 확보돼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 사이에서 어떠한 연료 부족 사태도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연료 비축량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라고 장관은 강조했다.

■ 국가에너지위원회와 조정 회의 예정…단계적 위기 대응 체계 가동

정부는 현재의 20일치 비축량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에너지 위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도 즉각 착수하기로 했다. 바흘릴 장관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국가에너지위원회(DEN, Dewan Energi Nasional)와 별도의 조정 회의를 개최한 뒤, 해당 회의에서 도출된 결과와 분석 내용을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총괄 심의하는 최고 에너지 정책 기관으로, 에너지 안보와 공급 안정성에 관한 중요 사안을 다루는 핵심 기구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와 같이 전례 없는 외부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한 범정부적 협의 체계를 신속히 가동하는 것은 위기 대응의 중요한 첫 단계로 평가된다.

■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조기 추진 여부는 “유보”…상황 주시하며 결정

한편, 이번 위기 상황과 맞물려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에 진행 중인 상호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국산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을 앞당길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바흘릴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기를 유보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먼저 국가에너지위원회와의 회의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장관은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서서히 일부 유가 변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 조기 추진 논의는 단순히 에너지 공급 다변화 차원을 넘어, 미국과의 무역 관계 개선이라는 외교·경제적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특수한 상황이 오히려 미국산 에너지 자원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으나, 정부는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거친 뒤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 에너지 보조금 영향도 점검…”현재까지는 이상 없으나 상황 악화 시 가격 조정 가능성 배제 못해”

이번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이 국내 에너지 보조금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연료비 보조금을 지급해 왔으며, 국제 유가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보조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 정부 재정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바흘릴 장관은 2026년 3월 2일 현재까지는 에너지 보조금 운용에 있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단서 조항을 함께 언급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현재보다 더욱 고조되고, 이로 인해 국제 원유 가격이 추가로 급등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정부가 국내 연료 가격 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 현재까지는 문제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동의 지정학적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된다면, 그에 따른 국제 유가 조정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흘릴 장관의 이 발언은, 현재로서는 국내 연료 가격의 안정을 유지하되 상황이 악화될 경우 가격 조정이라는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정부의 속내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연료 가격 인상은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최대한 가격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르바란을 앞두고 물가 안정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유가 급등발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의 정책 대응이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국가 에너지 안정 수호 위해 총력 대응”…3가지 대응체계는

프라보워 정부는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와 관련,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도 국가 이익을 굳건히 수호하고 인도네시아 전 국민에게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인 경계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응 체계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국내 연료 비축량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비상시 신속 대응 체계 구축이다. 둘째,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 조정 체계의 가동을 통해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에너지 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셋째, 가격 상승이나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영향 평가 및 다각적 대응 방안의 사전 검토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20일치라는 현재의 비축량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체 공급처 확보 및 비축량 확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동 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격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석유 수입국들의 에너지 안보 위기는 당분간 국제 사회의 핵심 의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해 나가느냐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주목된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종합)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한국 인도네시아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