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 밥

이미지: 이영철

꽃은 기다림의 화신입니다
온통 얼굴을 아름답게 하고 향기를 내 뿜으며
사랑을 받기 위하여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기다림이 사무치면 그리움이 됩니다
아무리 외로워도 꽃은 좌절하지 않으며
실망하지도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킵니다
꽃은 예쁘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습니다
거울을 보며 더욱 예뻐지는 연습을 하고
분가루를 바르며 억척같이 가꾸려 합니다
죽을 때까지 누군가에게 예쁨을 받고 싶어 합니다
꽃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매개체를 통하여
종족 보존의 숙명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꽃은 등불처럼 세상을 밝게 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글: 김준규 「그대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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