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주인없는 땅 국유화 추진…여의도 188배·2조2천억원 규모

국민권익위원회 유철환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보고한 미등기의 사정토지의 일제 정비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5.1.24

권익위, 특별법 마련…미등기 토지에 등기 기회 우선 부여·나머지는 국가 소유
법무부 등 7개 부·처·청에 제도개선 권고…연내 법률 제정 목표

한국 정부가 실제로 주인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등기 토지에 대한 국유화를 추진한다.

해당 토지 규모는 544㎢(63만 필지)로 여의도(2.9㎢)의 약 188배, 국내 토지 면적의 약 1.6%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2조2천억원이 넘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미등기로 조사된 토지에 대해 진짜 소유자가 나타나면 간단히 등기할 수 있게 하고, 남은 토지는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특별법(미등기 사정토지 국유화 특별법)을 마련해 법무부를 비롯한 7개 부·처·청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미등기 사정(査定) 토지는 일제강점기 토지 조사 당시 소유자와 면적·경계가 정해졌으나 소유자의 사망이나 월북 등의 이유로 100년 넘게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땅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등기가 아닌 계약만으로도 소유권 이전이 가능했다. 이후 1960년 민법 시행으로 등기가 의무화됐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등기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여기에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속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거나 월북자·사망자가 소유자로 남아있는 경우가 생겼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인 서울 중구 명동에도 소유권이 불분명한 미등기 사정토지가 3필지(약 1천41㎡)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지 등기 서류
토지 등기 서류 [연합뉴스TV 캡처]

대법원은 토지 소유권을 국민의 중요한 재산권으로 보고 사정명의인(초기에 소유자로 등록된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자가 등기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토지가 공공·민간 개발 사업에 포함되면 소유권을 확인할 수 없어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생긴다.

또 주변 땅의 가치도 떨어지고, 불법 쓰레기 투기장 문제도 나타난다.

권익위는 미등기 사정토지 관련 민원이 2012년 이후 약 7천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이번에 마련한 특별법은 미등기 토지에 대해 초기에 소유자로 등록된 사람이나 그 상속자에게 우선 등기 기회를 주고, 나머지 땅은 국가가 소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에라도 진짜 소유자가 나타나면 소유권을 돌려주거나 돌려줄 수 없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한다.

아울러 권익위는 법무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행정안전부·법원행정처·조달청에 특별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권익위 정동률 산업농림환경민원과장은 “권익위가 지난 4년간의 실태 조사와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특별법 초안을 작성했고, 이후 법무부가 각 부처와 면밀한 협의를 통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는 등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미등기 토지를 정리하면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민간 토지 개발사업도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관련 부처들과 협업해 금년 말까지 법률을 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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