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웃자란 후각

뜨겁게 일구었던 여름
긴 숨 몰아쉴 때

가지치기에 물러난 곁가지들
초록 잎새 입에 문
멀쩡한 나무 얼기설기
손수레에 누웠다

마른 햇빛
어리둥절한 거리
훅 날아온 비릿한 내음

바닥에 잠겼던 후각
지나던 바람이 한가닥 집어올렸다

무성했던 초록의 날 아쉬워
엄마 품 파고드는 작은 짐승
싱그러운 비린내에
코 박는다

더위에 웃자란 후각의 곁가지 자르며

 

시작 노트:

제목에서 갸우뚱하게 된다. 웃자란 후각? 어떻게 후각이 웃자랄 수 있을까? 이 생소한 조어법은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상기시키는 데 효과적인 기법이다. 기실, 우리 주변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다.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 라던지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인가 보다” 등 이제는 흔히 인용되는 시구이며 조어법이다. 인용시 “웃자란 후각”에서 시인은 온전히 후각이라는 감각만으로 세상을 느끼며 삶을 관조하고 있다. “그 싱그러운 비린내”가 아직 생생한데, “더위에 웃자란 후각의 곁가지 자르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우리네 삶에도 그다지 많은 감각이 필요하지 않다는 듯.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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