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어?
낡은 나무집게 손끝에
서로 다른 얼굴들 내려보며 말한다
서로 거죽만 남아 있어도
서로 목숨을 다 바쳐 살았다고
서로 이름은 기억해 줄 거라고
이번 한 살이는
다 같이
향기롭게 지냈다고
향기마저 사라진 꽃다발을
집게에서 놓아주며
삶의 물음에 답을 내듯이
후회만 하지 않은 삶이 있겠어?
시작 노트: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어? 인용시 첫 행에서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마주한다. 어찌 후회하지 않는 삶이 있을 수 있으련만, 꽃을 사랑하는 송민후 시인은 마른 꽃, 즉 드라이 플라워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있다. 살아 있어도 꽃이 되고 /낡은 나무집게 손끝에/ 매달려 있어도 꽃으로 존재한다. 오히려 향기가 사라진 마른 꽃에서 우리는 삶의 강렬한 통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내가 너를 놓아 주리라! 하지만 /서로 이름은 기억해 줄 거라고/ 확신한다.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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